16일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 자리잡은 나로우주센터. 종합조립동에서 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과 대한항공, 러시아 발사체 개발업체인 흐루니체프 사 등의 기술진이 긴장 속에서 조립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종합조립동 천장에 장착된 크레인으로 길이 7.7m의 발사체 상단부를 들어 길이 25m의 하단부 쪽으로 옮겨 결합하는 작업이다. 우리 땅에서 처음으로 위성을 자력 발사할 소형위성발사체(KSLV-Ⅰ)가 언론에 최초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뾰족한 로켓의 머리 부분인 상단부는 위성을 담은 탑재부와 2단 고체로켓으로 구성된 것으로 국내에서 독자 제작했다. 하단부는 러시아에서 제작된 1단 액체로켓 부분으로 김해공항과 부산항을 거쳐 8월 이곳에 입고됐다. “약 열흘 동안 상단과 하단의 조립이 끝나면 위성시험동으로 옮겨져 기계적·전기적·유공학적 시험 등을 꼼꼼하게 거치게 됩니다.” 박정주 항우연 우주발사체 체계실장의 설명이다. 이날 처음 공개된 KSLV-Ⅰ은 지상 인증용 기체(Ground Test Vehicle). 실제 우주로 나갈 발사체와 똑같지만, 연료만 안 타는 것으로 채워져 발사 전까지 모든 성능시험을 거친다.
KSLV-Ⅰ 발사가 내년 4월 이후로 다가오면서 나로우주센터에는 150명의 국내외 기술진이 상주하면서 긴장 속에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보안에 까다로운 러시아측 책임자는 “사진촬영은 왼쪽에서만 가능하다”며 사진기자들을 닦달하기도 했다. 발사용 KSLV-Ⅰ 1단은 12월 러시아에서 최종 지상연소 시험을 남기고 있어 내년 1월이면 국내에 들어와 조립과 시험을 거칠 예정이다.
12월로 예정됐던 KSLV-Ⅰ 발사를 내년 2분기 이후로 늦춘 원인이었던 우주센터의 발사대 시스템도 이제는 완성돼 성능시험중이다. 민경주 항우연 나로우주센터장은 “중국 쓰촨성 지진의 여파로 고압밸브 공급이 차질을 빚어 공사가 늦어졌지만 내년 2월이면 성능시험과 인증시험까지 끝나 언제든 발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2000년부터 3,125억원을 투입한 나로우주센터(부지 510만㎡, 시설 36만㎡)의 모든 시설이 마무리된 것이다.
외나로도 마치산을 깎아 평평하게 다진 해발 110m의 발사대 부지에는 우주 도전을 상징하는 높이 33m의 발사대가 우뚝 솟아 있다. 평소에는 반듯하게 누워있다가 조립과 최종 시험을 마친 발사체가 발사 24시간 전 옮겨지면 17분에 걸쳐 서서히 수직으로 세워진다. 발사체는 일본 영공을 침해하지 않도록 정남쪽을 향해 발사됐다가 25초 후 동쪽으로 10도쯤 방향을 틀어 9분 뒤 위성이 분리된다.
발사대 주변에는 75m 높이의 낙뢰방지탑 3개가 세워져 있는데, 초속 70m의 초대형 태풍에도 견딜 수 있는 고성능 설비다. 사실 발사시스템의 핵심 시설은 보이지 않는 지하에 있다. 발사대 아래 지어진 80개의 방마다 각종 관제설비와 추진재공급설비가 장착돼 있다. 민경주 센터장은 “발사 당일에는 발사대에서 2㎞ 떨어진 발사통제동에서 모든 것을 통제하는 무인 발사가 이뤄진다”며 “우리나라의 앞선 정보기술(IT)이 우주기술(ST)과 결합된 결과물”이라고 자랑했다.
세계 13번째 발사장 보유국, 세계 9번째 위성 자력발사국을 향한 한국의 발걸음을 막을 장애물은 더 이상 없어 보인다. KSLV-Ⅰ을 타고 300~1,500㎞ 궤도에 진입할 과학기술위성 2호는 이미 2006년 완성돼 비행 날짜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조광래 항우연 발사체사업단장은 “발사체 기술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자력발사를 이루기까지 어려움과 위험 부담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우주강국을 향한 꿈은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 발사 일정은?
2017년 한국형 발사체 개발… 2020년엔 달탐사 위성
KSLV-Ⅰ은 내년 4월 이후 처녀 비행에 오르며 정확한 날짜는 미정이다. 1차 발사의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9개월 후 같은 발사체의 2차 발사가 예정돼 있어 우리나라와 러시아는 시험용 외에 발사용 로켓을 똑같이 2개씩 제작중이다. 만약 두 번 모두 실패할 경우에는 다시 똑같은 발사체를 만들어 3차 시도를 한다.
위성의 활용보다는 다분히 발사체의 시험과 기술 확보를 위해 마련된 일정으로, 발사 실패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이다. 지금까지 발사체를 자력으로 개발해 위성의 궤도 진입에 성공한 국가는 총 8개 국뿐이며, 첫 발사에서 성공한 나라는 러시아 프랑스 이스라엘 3개 국 정도이다.
우리나라는 100㎏급 저궤도 위성 발사로 우주 자력발사 시대를 열지만 이후 계획은 훨씬 야심차다. 2007년 정부가 발표한 우주개발계획에 따르면 2017년 1.5톤급 저궤도 실용위성을 쏘아올릴 한국형 발사체 KSLV-Ⅱ를 독자개발해 발사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기술로 2020년 달탐사 위성도 발사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KSLV-Ⅰ 2회 발사 이후 수년 동안 우주센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이다.
고흥 = 김희원 기자 hee@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