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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벼룩의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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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벼룩의 간

입력
2008.10.20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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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로 향하는데, 아이가 무슨 일 났다는 듯이 쫓아와 길을 막는다. “첨가제! 먹으면 큰일 나!” 음료수에 들어있는 첨가제가 몸에 아주 안 좋다는 거다. 그러고 보니 최근 아이는 빵도 과자도 안 먹는다. 안 먹을 뿐만 아니라 엄마가 사지도 못 하게 한다. 무조건 멜라민이 들어있다고 의심하는 거다. 이래서 유치원 보내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어쨌든 유치원의 철저한 교육 덕분에, 아이가 안 좋은 것을 조금이라도 덜 먹지 않겠는가.

하지만 아이는 머지않아 알게 될 거다. 이미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 없다는 걸. 중국 농수산물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더욱 거세게 들어올 것이다. 엉터리의 대명사 중국 농산물 덕분에 표가 덜 나지만, 위험하기로는 오십보 백보일 미국 것을 비롯한 전 세계 농수산물도 홍수처럼 밀려들어오고 있다.

농수산업을 버린 거나 마찬가지, 해외 싸구려를 사먹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수입업자들의 양심에 호소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제까지 보아왔듯 그들은 돈이 된다면 물불 가리지 않는다. 결국 아이들의 건강은 해외 농수산물 수입에 관련된 공무원들이 얼마나 사명감을 발휘해 주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나 저 공무원들을 – 벼룩 신세(농사꾼)의 간(쌀 직불금)도 빼앗아 먹는 - 어찌 믿는단 말인가.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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