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 포프 지음·김현대 옮김/ 한겨레출판 발행·511쪽·2만2,000원
물론 대학이 인생을 바꾼다는 믿음은 우리에게도 널리 퍼져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토록 특목고에 목을 매랴. 그런데 그렇게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정말 인생은 달라지는가? 이런 것이 진짜 질문이다.
<내 인생을 바꾸는 대학> 은 명문 대학이 졸업 후 인생을 보장한다는 통념을 무참히 무너뜨린다. 뉴욕타임스의 교육 담당 에디터를 지내고 대학정보원을 설립해 대입 상담을 해온 지은이는 "아이비리그 숭배는 넌센스이며 그들은 학부생에게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고 말한다. 명문, 즉 연구중심대학일수록 학부생은 버려져 있다. 저명한 학자들은 만날 수조차 없고, 한 학기 내내 리포트 한 번 안 내고도 B+ 학점을 받는다. 내>
지은이는 대신 정말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소규모의 교양학부대학 40곳을 소개한다. 하버드나 예일처럼 유명하지도, 입학 경쟁이 극심하지도 않지만 학생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키워주는 학교들이다.
대표적으로 리드대학(오리건주 포틀랜드)은 졸업생의 25%가 박사학위 소지자로 미국 대학 중 3번째다. 예일대를 비롯한 유수의 대학 교수와 애플의 설립자인 스티브 잡스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지은이는 이곳을 미국에서 가장 지적인 대학 중 하나로 꼽는다. 모든 강의마다 보고서를 제출하고 3학년 수료자격시험을 거쳐 4학년 1년을 통째로 쏟아부은 논문과 2시간의 구두시험을 통과해야 학사 학위를 받는다.
말보로대학(버몬트주 말보로)은 학생이 330명에 불과하다. 그들은 3, 4학년 2년간 지도교수와 함께 집중플랜을 수행해야 한다. 집중플랜의 결과물은 외부 전문가들이 평가하는데, 코넬대나 MIT의 교수가 자기 학교의 최우수 학생 수준이라며 혀를 내두르기 일쑤다.
세인트존스대학(뉴멕시코주 산타페, 매릴랜드주 아나폴리스에 2개의 캠퍼스)은 전교생이 선택과목 없이 정해진 수업을 들으며, 100권의 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것을 주된 커리큘럼으로 삼는 독특한 곳이다. MIT에서 세인트존스로 옮겨온 한 학생은 "MIT에서는 많은 사실을 배웠지만 그것이 왜 진실인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세인트존스 졸업생의 80%는 일반대학원, 로스쿨, 의학대학원 등에 진학한다.
책을 읽고나면 '우리나라에는 인생을 바꾸는 대학은 어디 있는가' 하는 생각부터 든다. 국내에서 대학을 마치고 석박사 과정을 위해 도미하는 경우라면 지은이의 주장은 유효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대입제도에 뼈아픈 한계를 느끼고 있다면 살펴볼 만한 책이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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