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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통일 위한 주인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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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통일 위한 주인의식

입력
2008.10.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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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세계대전 때 분단된 5개국 중에서 오스트리아(1955), 베트남(1975), 독일(1990), 예멘(1994)이 통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한반도만이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외세에 의한 분단에도 불구, 이들 4나라의 통일은 평화통일이든 무력통일이든 자국이 주도적으로 달성했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미ㆍ중ㆍ일ㆍ러 등 세계 최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특수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미 통일된 나라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반도의 분단 상황이 6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자각해야 할 것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면 우리가 자각해야 할 절실한 문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한반도의 주인은 한민족(韓民族)이라는 주인의식이다. 외세에 의해 분단되었다고 하더라도 주인이 주인다운 역할과 사명을 다 하려고 할 때 분단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와서 한반도 분단에 직접 개입했던 미국과 소련을 원망한들 무슨 실익이 있겠는가? 물론 그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욱 절실한 것은 남북한 동포들이 주인의식(主人意識)을 가지고 통일을 위해 현재 한반도 주변 4강의 협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내는 일이다. 주인이 주인역할을 통해 통일을 이룩하려는 일치된 민족자결주의적(民族自決主義的) 의지(意志)를 강하게 나타낼 때, 4강도 궁극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시각에서 볼 때, 통일의 열쇠는 4강에 있다기보다 사실은 주인이 할 탓에 달려 있다.

한반도의 주인이 주인다운 역할을 해 내기 위해서는 우선 남북한 동포들이 자주 만나야 한다. 인간의 역사는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개인생활에서도 오해가 있는 경우에 자주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오해가 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남북한 간에는 6ㆍ25전쟁 등 때문에 적대의식이 아직까지 많이 남아 있지만, 인간 세계는 싸울 때도 있고 화해할 때도 있는 법이다. 같은 동포끼리 이렇게 등을 대고 적대의식을 유지하면서 살 때, 과연 남북한 양자에게 이로울 것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

이제 우리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같은 역사와 핏줄을 가진 형제로서 이 시대에 무엇보다도 한반도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절실하게 느껴야 할 것이다. 주인에게는 자유와 책임이 동시에 뒤따른다. 분열하여 마음대로 살 자유도 있겠지만 그 분열주의적 자유가 한민족 전체가 지향해야 할 필연적 방향과 배치될 때, 그 자유의 행사보다는 책임의식을 더 중요하게 느껴야 한다.

더 강조해서 말하면, 오늘의 한반도 분단 상황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거나 강대국이 통일을 이뤄 줄 것이라는 의타적 정신에 머무르지 말고 우리들 자신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통일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적극적인 통일의지(統一意志)를 가져야 할 것이다.

오늘날 나이가 어린 세대로 내려 갈수록 통일에 관한 관심이 비교적 적다. 국민들 중에는 남북한의 이질화가 심각한데 이념이 다른 사람들끼리 갈등을 야기하면서 구태야 함께 살 필요가 어디 있겠느냐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특히 그런 국민들 중에는 남북한이 통일했을 때, 자신이 감당해야 할 경제적 손실을 우려해서 그런 이기적인 생각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은 바뀌어야 한다.

남북한이 통일되었을 때, 남한에서 부유하게 살고 있는 국민들은 북한의 가난한 동포들을 위해서 무엇인가 헌신해서 통일의 역사를 감당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 손실이 온다고 하더라도 이해관계를 넘어 주인의식을 갖고 우리에게 부여된 십자가를 마다하지 않음으로써 시대적 사명에 부응하는 것이 이 시대에 우리가 나갈 온당한 방향이다.

조인형 강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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