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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안정 대책/ 은행 달러빚에 정부가 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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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안정 대책/ 은행 달러빚에 정부가 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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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0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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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9일 은행의 외화 차입에 대한 지급 보증 등 고강도 처방을 내놓은 것은 금융시장의 불안이 실물경제로 본격 옮아 붙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놔둘 경우 금융시장이 지금보다 더 심한 혼란에 휩싸일 것은 불문가지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국제 사회의 공조 움직임에 발맞춘 이번 대책이 금융시장 안정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평가했다.

정부 은행 빚 보증, 달러 자금줄 확보

이번 대책의 초점은 외환시정의 안정에 맞춰졌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장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예민하게 닿은 부분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내 은행들이 해외에서 빌려오는 달러 빚에 보증을 서주기로 함으로써, 은행들의 해외 달러 차입 숨통을 터줄 여건은 갖춰진 셈이다.

정부는 국내 은행들이 내년 6월 말까지 도입하는 대외채무에 대해 총 1,000억달러 한도에서 3년간 지급 보증을 해줄 방침이다. 여기에 한국은행과 정부는 외환 스와프 시장에 100억달러, 수출중소기업과 은행에 200억달러의 유동성을 추가 공급키로 했다. 정부는 앞서 외환 스와프 시장에 100억달러를 수혈했고, 수출입은행을 통해서도 50억달러를 지원했다. 따라서 달러 유동성 공급은 총 450억달러로 확대된 셈이다.

하지만 정부가 직접 민간 은행의 빚 보증을 서는 건 국회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어서 향후 논의 과정에서 진통도 예상된다. 정부가 이런 부담을 감수하며 지급 보증을 결정한 것은 그만큼 현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앞서 호주와 유럽 일부 국가가 이 같은 조처를 내놓은 뒤 "우리만 (지급 보증을)하지 않는다면 한국계 은행들은 단기 달러자금을 빌리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강정원 국민은행장)는 은행권의 압박도 정부가 결단을 내리는데 영향을 미쳤다.

실제 국내 은행들은 정부의 지원 없이는 달러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5년만기 한국 채권의 크레딧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12일 1.35%포인트에서 이달 16일 3.65%포인트로 치솟았고, 그나마도 달러 자금을 구하기 어려워 만기 하루짜리 오버나이트 거래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호주와 유럽 국가들이 은행간 거래에 정부 보증을 약속하고 나서면서, 우리보다 안전한 나라로만 달러 자금이 흘러갈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은행권은 이번 정부 대책을 적극 반기는 분위기지만, 실물경제 침체로 은행이 도산할 경우 정부가 세금으로 은행 빚을 갚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달러 유동성의 직접 공급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외환 유동성 공급과 관련한 정책적 노력의 시그널을 확실히 줬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며 "그러나 글로벌 시장의 달러 경색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는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기은 현물출자, 중기 자금난 숨통 트일 듯

정부는 금융위기의 실물 전이를 차단하기 위해 원화 유동성도 늘리기로 했다. 특히 국책은행이 중소기업에 더 많은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기업은행에 현물 출자를 통해 1조원의 자본을 더 채워넣기로 했다. 이는 민간은행들이 최근 중소기업 신규 대출을 눈에 띄게 줄이고 있어 흑자 도산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올해 1~7월 평균 한달 5조9,000억원 늘어났던 중소기업 대출은 8월에 겨우 2조6,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정부는 기업은행에 1조원을 출자할 경우 대출여력이 약 12조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기업은행의 국책은행으로서 역할이 커질수록 리스크도 따라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는 있다. 민간은행에서 자금을 빌리기 어려운 한계 기업들이 대거 기업은행으로 몰리고, 이들에 대한 건전성 평가를 소홀히 한 상태에서 자금이 지원된다면 자칫 기업은행으로 실물 부문의 부실이 떠넘겨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도 원화 유동성 확충을 위해 국채와 환매조건부채권(RP), 통화안정증권 매입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성태 총재는 "유가 불안요인이 많이 약화됐다"면서 "환율 방향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안정이 된다면 물가 상승압력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혀 추가 금리 인하를 강력히 시사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치솟고 있는데도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 지급준비율 인하, 총액한도대출 확대 등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놓지 않아 기대에 미흡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공동락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중금리 급등은 전 세계 은행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거래 상대방 리스크(counter-party risk)'에 기인한 만큼, 외화 유동성 공급과 지급 보증을 통해 이 같은 리스크를 줄여주었다는 점에서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펀드 세제 혜택으로 증시 자금 이탈 차단

정부는 증시 안정을 위해 20일부터 3년 이상 장기 보유 펀드에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펀드 가입자의 환매를 막고 장기 투자를 이끌어 수급 안정을 꾀하겠다는 의도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해 말 이후 '팔자' 공세에 나서면서 증시가 폭락하고 있지만, 국내 펀드 자금이 빠져나가지 않는다면 외국인 이탈로 뚫린 구멍을 메울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는 적립식 주식형(60% 이상 주식에 투자) 펀드에 3년 이상 가입한 경우 분기별 300만원 한도 내에서 불입액의 일정 비율을 소득공제하고 배당소득에 대해선 세금을 매기지 않기로 했다. 또 3년 이상 장기 회사채형 펀드(3,000만원 한도)에 대해서도 배당소득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번 대책에 따른 세수 감소 규모는 2009~2013년 1조3,000억원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금융위기 여파로 실물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수십 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자고 펀드에 가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 세계적으로 주식, 부동산, 상품 등 가격이 동반 하락하고 있어 당장 증시에 대규모 자금이 들어오기를 기대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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