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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빅맥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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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빅맥지수

입력
2008.10.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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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에서 '골든 아치'가 들어선 나라끼리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독특한 이론을 제시했다. M자형의 골든 아치는 맥도널드 햄버거 체인점 로고를 지칭한다. 이 이론은 어느 한 나라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맥도널드 햄버거 체인점이 들어설 정도로 중산층이 두터워지는 단계에 이르면 그 나라 사람들은 더 이상 전쟁을 원치 않고, 햄버거를 사는 줄에 늘어서기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프리드먼은 이를 '분쟁 방지에 관한 골든 아치 이론'으로 정립했다.

▦ 골든 아치가 평화의 전령사 역할을 한다는 주장은 1990년대 말까지는 그럴싸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대가 맥도널드가 들어선 옛 유고슬라비아의 인종분쟁 지역을 폭격함으로써 이 이론은 더 이상 성립되지 않았다. 맥도널드 햄버거는 프리드먼이 분쟁방지 이론의 근거로 삼을 만큼 전세계 120개국에서 판매되면서 패스트푸드의 대명사가 됐다. 세계 인구의 1%가 매일 맥도널드 햄버거 빅맥을 먹는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86년 빅맥이 세계 어느 곳에서나 살 수 있고, 크기 가격도 비슷한 점에 착안, 빅맥지수를 개발해 나라별 물가수준과 통화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 이코노미스트가 7월말 발표한 각국의 빅맥지수를 보면 미국 3.57달러, 한국 3.14달러, 일본 2.62달러, 태국 1.86달러로 나타났다. 고물가로 뭇매를 맞았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본 태국보다 비싼 우리 빅맥지수를 근거로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가격 거품을 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는 미국 금융위기 확산으로 환율이 폭등하자 빅맥지수까지 동원해 환율 안정을 유도하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최근 "빅맥지수의 실질구매력(PPP)을 감안한 환율은 900원으로 분석됐다"며 현재 환율(17일 현재 1,334원)은 지나치게 높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 강만수 장관도 지난 주 선진국 구제금융 조치로 금융시장이 한숨 돌리자 "13일부터 환율이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장담은 무참히 깨졌다. 실물경제 침체 쇼크가 더 크게 부각되면서 환율이 엊그제 133원이나 폭등하는 등 패닉 상태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 장관이나 전 위원장이나 '오럴 해저드(oral hazard)'로 시장의 불신만 자초하고 있다. 정책당국자들은 빅맥지수 등에 연연하지 말고, 우리 경제를 한방에 날려버릴 대형 '뇌관'들을 세심하게 제거할 대책을 신속히 내놓아 신뢰를 얻는 게 더 중요하다.

이의춘 논설위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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