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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의 이것이 오늘의 미술!] 국제 미술계는 지금 어디로 가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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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의 이것이 오늘의 미술!] 국제 미술계는 지금 어디로 가나 <하>

입력
2008.10.2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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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미술평론가들은 자국의 현대미술계가 답보 상태에 빠진 이유 가운데 하나로 윌리엄스대학 출신의 사업가형 큐레이터들을 지목하곤 한다.

윌리엄스에서 미술사학자 레인 페이즌이 키워낸 인맥들, 그러니까 주요 미술관의 요직을 차지한 글렌 로우리(뉴욕현대미술관 관장), 토머스 크렌스(퇴임하는 구겐하임 관장), 마이클 고번(전 디아미술재단 관장이자 현 로스엔젤레스미술관 관장), 제임스 우드(폴 게티 트러스트 CEO) 등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들이 미술관의 몸집을 키워 쇼핑몰처럼 정신 사나운 공간으로 바꾼 주범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영원한 권력은 없는 법.

글렌 로우리는 세금 포탈 문제 등으로 구설에 오르며 사퇴 압력을 받던 끝에 부관장으로 취임한 캐시 할브라이시에게 전시 기획의 권한을 양도했고, 이제 자금 조달 등에만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엔 할브라이시가 문제가 됐다. 그가 회화와 조각 분과의 신임 학예실장으로 워커아트센터에서 함께 일했던 필립 베르뉴를 밀자, 역시 권력 독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 것.

결국 뉴욕현대미술관의 이사진은 학예실 내부 인력으로, 화제의 전시 '컬러 차트'를 기획한 앤 템킨을 발탁했다. 세계 최고의 현대미술관이 자금 동원 능력이 아니라 학예 능력이 뛰어난 인물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뉴욕 문화계는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더 큰 뉴스는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 학자형 큐레이터 토머스 캠벨을 제9대 관장으로 발탁했다는 것이다. 내부 승진으로 관장이 되는 캠벨은 2002년과 2007년에 대규모 태피스트리 전시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든 조사ㆍ연구 중심의 정통 큐레이터.

대형 조직을 이끈 경험이 전무한데다 나이도 46세에 불과해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마피아형 미술관장들의 전횡에 신물을 느껴온 미술계 인사들은 이 놀라운 소식에 환호했다.

이에 화답하듯 구겐하임미술관도 돈을 끌어대는 능력 대신 학예 능력이 뛰어난 인물을 신임 관장으로 선임해 화제다. 12년간 피츠버그 카네기미술관 관장으로 복무한 리처드 암스트롱이 주인공.

"토머스 크렌스가 구겐하임미술관을 관광객들이나 득시글거리는 장소로 전락시켰다"며 비판해온 뉴욕 평단은 쌍수를 들어 암스트롱을 환영했다.

하지만 구악 세력의 힘도 여전하다. 디아미술재단에서 로스엔젤레스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긴 마이클 고번은 지난달 29일 어마어마한 후원금을 모금해 미술관을 대대적으로 확장하는 사업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그가 미술관을 놀이공원처럼 확장하는 동안 다시 한 번 예술의 본질은 한동안 망각될 것으로 보인다.

미술·디자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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