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KO(Knock-In, Knock-Out)란 환율의 일정범위를 정하여 환율이 이 범위 안에 있을 경우 시장가격보다 높은 지정환율(행사가격)로 달러를 팔 수 있는 옵션상품을 말합니다.
KIKO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옵션(option)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옵션이란 주식, 채권, 외화 등의 기초상품을 미래의 일정 시점 또는 기간 안에 미리 약속한 가격에 의해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이러한 옵션은 콜옵션과 풋옵션으로 구분됩니다. 콜옵션은 기초상품을 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하고, 풋옵션은 기초상품을 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콜옵션을 구입하는 사람은 콜옵션을 판매하는 사람에게 그 옵션가격(프리미엄)을 지불하는 대신 기초상품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소유하게 되고, 풋옵션을 구입하는 사람은 풋옵션을 판매하는 사람에게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대신 기초상품을 팔 수 있는 권리를 소유하게 됩니다.
왜 기업들이 KIKO라는 금융상품에 가입하게 되었나요?
상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기업은 수출대금으로 달러를 받지만 수출 후 환율이 예컨대 달러 당 1,000원에서 900원으로 떨어진다면 원화로 바꿀 때 달러 당 100원씩 손해를 보게 됩니다. 이러한 환율변동에 따른 수출대금의 가격변동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 옵션이나 선물이라는 파생금융상품(키워드 참조)에 가입하여 위험회피(환 헤지)를 하게 됩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옵션은 미래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권리)를 갖는 것이기 때문에 프리미엄이라는 금전적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KIKO는 환율변동에 대비하여 풋옵션을 매입(프리미엄 비용 발생)하는 동시에 콜옵션을 매도(프리미엄 수익 발생)하기로 약정하여 이 프리미엄의 지급부담을 없앤 옵션상품입니다. 국내 기업들은 프리미엄에 대한 비용부담을 지지 않으면서 환율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방지하고 추가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 KIKO라는 상품에 가입하게 된 것입니다.
KIKO는 어떤 구조의 금융상품인가요?
KIKO는 환율변동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한된 범위인 환율의 상단(Knock-In 환율, 콜옵션 효력 발생지점)과 하단(Knock-Out 환율, 풋옵션 효력 발생지점)을 설정해 놓고 풋옵션 매입(팔 수 있는 권리 취득)과 콜옵션 매도(사야 하는 의무 발생)를 결합하여 만들어진 옵션상품입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KIKO 상품은 대개 풋옵션 매입과 콜옵션 매도가 1대 2의 비율로 되어있습니다. 동일한 상황에서 왜 풋옵션은 1인데 콜옵션은 2일까요? 이것은 KIKO 계약 당시 은행이나 기업 모두 환율이 그대로 있거나 더 떨어질 가능성이 오를 가능성보다 2배 이상 높다고 보았기 때문에 그러한 계약을 하게 된 겁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KIKO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림 참조)
갑이라는 기업이 풋옵션 매입 1계약(50만달러)과 콜옵션 매도 2계약(100만달러)으로 구성되어 있고 상단(Knock-In 환율)은 990원, 하단(Knock-Out 환율)은 890원, 계약환율은 940원인 KIKO 계약을 체결했다고 가정하면 환율의 변동에 따라 다음과 같은 상황이 발생합니다.
첫째, 시장환율이 계약기간 중 한 번이라도 하락하여 정해진 하단 범위(890원)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에는 옵션계약이 무효가 됩니다. 이 경우 기업은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을 그대로 부담하게 됩니다. 둘째, 시장환율이 하단범위(890원) 이상이지만 계약환율(940원) 이하인 경우 풋옵션 매입계약의 효력이 발생하여 기업은 계약환율(940원)에 계약금액(50만달러)을 팔아 시장환율과의 차이만큼 이익을 보게 됩니다.
셋째, 시장환율이 상단범위(990원)와 계약환율(940원) 사이에 있는 경우 기업은 시장환율에 따라 달러를 매도하면 되고 옵션계약의 효력은 사라집니다. 마지막으로 시장환율이 한번이라도 상단범위(990원) 이상으로 올라간 경우 콜옵션 매도계약의 효력이 발생합니다. 이 때 기업은 콜옵션 계약금액(100만달러)을 시장환율보다 싼 계약환율(940원)에 매도해야 하므로 이에 따른 손실을 입게 됩니다. 이처럼 KIKO는 계약기간 중 환율이 상ㆍ하한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변동하는 경우에만 유용한 환 헤지 상품입니다.
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나요?
KIKO가 등장할 당시에는 환율이 하락 추세였고, 환율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방지하고 추가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 기업들이 KIKO라는 상품에 가입하게 된 것입니다. 문제는 최근의 환율 급등 사태입니다. 금년 초 940원대이던 환율이 3월 이후 급상승하여 1,000원을 돌파하자 KIKO의 정해진 상단범위를 벗어난 시장환율로 인하여 수출기업들이 계약금액의 2배 이상을 만기일에 시장환율보다 낮은 계약환율로 팔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특히 자신의 수출대금 이상으로 KIKO 거래를 한 기업의 경우 수출대금으로 들어올 달러 규모보다 훨씬 많은 양을 당장 시장에서 높은 가격(시장환율)으로 사다가 시장가격보다 싼 가격(계약환율)으로 팔아야 하니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현재 KIKO로 피해를 본 기업들이 단체를 구성하여 정부에 피해구제를 호소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KIKO 상품에 내재된 위험 및 손실 가능성에 대한 은행의 설명이 없었다며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이유는 우선 우리나라의 많은 수출 기업, 특히 중소기업들이 파생상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비용 없이 환율변동에 대한 위험을 피할 수 있고 또 잘 만하면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달러를 팔 수 있다는 점만 보고 계약하거나 환차익을 노리고 수출대금보다 많은 금액으로 KIKO 계약을 했기 때문입니다. 일부 기업은 다른 회사가 KIKO 계약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소문만 듣고 가입했다고 합니다. 또한, KIKO를 판매한 은행들도 상대적으로 비전문가인 고객에게 계약 내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나요?
정부는 피해 중소기업들에게 유동성을 지원하는 등 관련기관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은행들도 대출만기 연장, 신규대출 등으로 유동성 지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업들은 환 투기가 아닌 환 위험 회피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게 금융상품을 이용하여야 할 것입니다.
은행은 고객에게 계약서 등을 통해 충분히 위험을 고지하였다고 하더라도, 거래기업의 손실로 전문성과 신뢰성이 떨어진 점을 인식하고 KIKO 등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교육을 확대하는 한편 기업들과 장기적인 신뢰관계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감독당국 또한 금융상품의 설계내용을 수시로 점검하고 시장거래 동향을 잘 파악해서 향후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파생금융상품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거래에 따른 위험을 제거하거나 완화해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시장상황의 급변 등으로 예기치 못한 손실을 야기할 수도 있으므로 고객들은 파생금융상품을 선택할 때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철 한국은행 조사역
■ 풀어 읽는 키워드
ㅇ 파생금융상품(financial derivatives)
기초자산의 가치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하여 고안된 금융상품으로 거래기법에 따라 선물, 옵션, 스와프 등이 있으며 기초자산에 따라 통화, 금리, 주식, 신용관련상품 등으로 분류된다.
ㅇ 선물(futures)
기초자산을 미래의 특정시점에 특정가격으로 사고팔기로 약정하는 계약을 말한다. 옵션과 달리 거래시점에서 단순히 계약만 이루어지며 매매에 따른 프리미엄을 지급하지 않는다. 다만 계약이행을 보증하기 위한 증거금을 거래소에 납입해야 한다.
ㅇ 스와프(swap)
일반적으로 화폐단위나 이자율이 다른 두 개의 부채(또는 금융자산)에 대한 미래의 현금흐름을 교환하기로 약정하는 거래를 말한다.
예) 통화스와프 : 계약시 서로 다른 통화표시의 원금을 교환하고 계약기간 중에는 정기적으로 해당 이자를 부담한 후 계약 만기시 원금을 재교환하는 거래
문제철 한국은행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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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KO외 통화옵션 상품
최근 KIKO 피해에 따른 손실을 입어 결국 흑자 도산에까지 이르게 된 기업인 태산엘시디는 KIKO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고자 '피봇(PIVOT)'이라는 또다른 통화옵션 상품에 가입했다가 더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KIKO에 비해 가입한 기업 수나 금액은 매우 적지만 피봇과 '스노볼(snowball)'이라는 통화옵션 상품에 가입한 기업들은 환율 급등으로 더 큰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키코가 환율이 행사가격 이상으로 오를 때 손실이 발생하는 것과 달리 피봇은 환율이 상한선은 물론 하한선을 넘어가도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물론 그만큼 약정 범위에서 움직였을 때의 이익도 크므로 투기적 요소가 더 강한 상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태산엘시디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3월 중순 이후 정부의 개입으로 환율이 일시적으로 1,000원 아래로 내려오자 4월 태산엘시디는 하나은행과 980원~1,030원의 구간으로 피봇 계약을 체결합니다. 겨우 50원의 변동폭을 예측한 것입니다. 올 들어 환율이 하루에도 수십원~수백원까지 큰 변동폭을 보인 것을 감안하면 너무나 무모한 계약이었습니다. 결국 태산엘시디는 환율이 폭등하자 견디지 못하고 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하기에 이릅니다.
한편 스노볼은 한달 단위로 행사가격이 바뀌기 때문에 이익이나 손실이 무한대로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환율이 떨어지면 행사가격이 오르지만 환율이 오르면 행사가격이 내려갑니다.
예를 들어 1월 초 1억달러를 수출하는 기업이 행사가격을 달러 당 900원으로 설정한 후 2개월짜리 스노볼 상품에 가입했는데 2월 초 환율이 1,000원으로 올랐다면, 1월 초의 행사가격(900원)과 2월 초 환율(1,000원)의 차이인 100원만큼 2월 초 행사가격이 더 떨어져 800원이 됩니다. 3월 초 만기시점에도 환율이 올라 1,100원이 됐다고 가정하면 행사가격은 같은 원리에 따라 700원이 되므로 말 그대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됩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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