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로부터 농지와 농민을 얼마만큼 보호할 수 있을까."
5차 농지개혁을 준비 중인 중국의 고민이다. 중국은 지금 소농 위주의 농업을 대농 위주의 자본제 농업으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 현재 준비 중인 농지개혁은 과거 토지개혁을 바탕으로 자본제적 성격을 듬뿍 가미하는 것이 골자다.
중국은 1949년 사회주의 성립 직후 농지를 몰수, 농민에게 무상 분배하는 단계를 거쳐 53년 농민소유 토지를 집체소유로 바꾸고 58년에는 인민공사를 설립, 농민을 인민공사 직원으로 만들었으며 1978년에는 경작권(토지사용권)을 농민에게 돌려주는 등의 농업개혁을 추진했다.
중국의 자본제적 5차 개혁
하지만 그런 정책에도 불구하고 농민은 잘 살 수 없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1978년 농민에게 토지사용권을 분배, 영농의욕을 고취하면서 식량자급을 실현하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거기까지였다. 농민은 곯지는 않았지만 부자가 될 수 없었다. 농지 균등분배 원칙 때문에 농민 1인 당 경지규모는 0.7㏊에 불과했다. 그 결과 지금 농촌 주민 1인 당 평균 소득은 4,140위안(83만원)이며 도시 대 농촌의 소득 격차는 3.3 대 1로 벌어져 있다.
중국은 최근 열린 공산당 17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서 농민이 토지사용권을 자유롭게 임대, 양도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토지사용권을 일반 상품과 비슷하게 취급토록 함으로써 농지를 병합한 대농의 출현을 유도하겠다는 것이었다. 조합이나 기업은 사용권을 모아 수지맞는 대규모 영농을 하고 농민은 토지사용권의 임대료 등을 챙기며 영농기업 등에 노동력을 팔아 더 많은 수입을 얻도록 한다는 발상이다. 물론 법률적으로는 향(鄕), 촌(村) 등의 행정단위가 토지의 소유권을 갖는, 집체소유제가 유지된다.
하지만 이번 개혁이 '늑대'를 부를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돈 많고 권세 있는 이들이 토지사용권을 싼 값에 사들여 농민을 소작농으로 전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페루, 멕시코, 터키 등 세계 곳곳에서 토지개혁이 실패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
중국 정부는 특히 부패 관료와 자본가가 결탁해 농지를 수탈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공산당 부패 인사와 관리들이 돈이 아쉬운 농민에게 푼돈을 주고 농지를 사들여 대농장주로 변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개혁의 최대 장애요인은 부패세력"이라고 단언했다. 늑대는 권력을 남용, 밭에 아파트나 공장을 지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일 것이다. 소작농으로 전락한 농민은 체제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19일 공개된 토지개혁안에 사용권의 임대와 양도만이 언급되고 매매라는 용어는 보이지 않는 것, 사용권을 임대할 자격을 법률로 제시하겠다는 것 등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겉만 맴도는 쌀 직불금 논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쌀 직불금은 농민의 소득을 보전함으로써 농민이 더 이상 농지를 떠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직불금 불법 신청 및 수령 사건은 부재지주가 이미 많은 농지를 확보했다는 사실을 입증함으로써 제도의 취지를 무색케 했다. 부재지주의 상당수는 자신의 농지가 언젠가는 용도 변경돼 대박이 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이번 논란이 일부 공직자의 부당 수령, 즉 도덕적 해이로 한정돼 논의돼서는 안될 것이다. 늑대가 더 이상 농지를 빼앗지 못하도록 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마땅하다.
이영섭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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