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 기번스 지음ㆍ온숙은 옮김/뿌리와이파리 발행ㆍ356쪽ㆍ2만2,000원
"모두가 밤새도록 맥주를 마시며 테이프에서 쿵쿵 울려대는 비틀스의 노래 '다이아몬드를 두른 하늘의 루시'를 들었다."(125쪽)
1974년 11월 25일 이디오피아의 하다르. 태고를 향해 사막을 뒤지고 있던 탐사대원들은 유인원도 인간도 아닌, 최초의 인간 유골을 발견했다. 기쁨에 겨워 파티를 열었고, 마침 흘러나오는 노래 제목을 따라 그 이름을 '루시'라 불렀다. 이른바 '최초의 인간'으로 불리는 루시다.
이 책은 1868부터 2005년까지, 인류의 기원을 찾아 나선 학자들의 치열한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연구와 탐사에 투여한 땀과 열정, 상상을 비웃는 치열한 경쟁과 그에 따른 잡음 등 고인류학계의 생생한 현장을 전한다.
프랑스의 고생물학자가 인류의 탄생 시기를 700만년 전까지 올려놓는 머리뼈를 차드에서 발견했다. 그를 시기라도 하듯, 영국과 프랑스의 팀들은 각각 발굴에 나섰고 나름의 발견물을 건져올린다. 학문의 세계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무자비한 경쟁, 성마른 주장, 터질듯한 경계심, 잘못을 저지르고도 사과를 모르는 풍토 등 상식을 비웃는 그 세계는 책의 표현에 의하면 차라리 극장이다. 그들이 보이는 모습은 배우라 해도 좋을 법하다. 자신의 발견과 주장 하나에 따라 인류의 역사가 적어도 수천년을 오고 가는, 퍼즐 게임의 현장이 학자들의 내면을 변화시킨 것이다.
책은 고인류학 발견의 현장이 상상도 못 할 정도로 가혹하며,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거둔 발견이 전혀 엉뚱하게 전달되는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비중을 둔다. 직접 인터뷰 등을 통해 얻은 치밀한 정보 덕에 그 현실은 너무도 생생하다. 사실과 해석, 파벌 형성과 정치적 이해 관계, 자금과 정책, 대중성과 학문 등 우리 시대 과학의 현장에 개입하는 여러 요소들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본문 시작에 앞서, 치열한 전장에 뛰어든 29명의 '전사'들의 명단을 밝혀두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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