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 델리아 오웬스 지음ㆍ이경아 옮김/상상의숲 발행ㆍ400쪽ㆍ2만원
20대 대학원생이던 생태학 전공 부부가 결혼 이듬해인 1974년 아프리카의 오지로 들어가 7년 동안 자연을 탐구한 이야기가 생생하다.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중부 칼라하리. 사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동물들은 인간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며, 비행조차 금지된 오지 중의 오지다.
야생 동물들의 지혜와 우정, 생명의 경이로움이 책 도처에서 확인된다. 동물들의 눈물겨운 동지애와 공생 등 야생이 가르쳐준 지혜의 반대편에는 인간들이 남긴 탐욕의 흔적이 있었다. 자연보호구역을 벗어나면 언제든 총알받이가 될 수 있다는 가혹한 규칙, 전염병을 막을 목적으로 쳐놓은 울타리에 막혀 수천마리의 동물이 떼죽음을 당해야 하는 현실 등 인간이 야생의 세계에 요구하는 것들은 너무나 가혹했다.
1980년 부부가 미국으로 돌아와 펴낸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전 세계에 알려져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고 부부는 자연보호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1986년 설립된 '오웬스 야생 보호 기금'은 아프리카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자연보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1985년에 아프리카로 돌아가 잠비아의 야생동물을 연구하면서 밀렵으로 야생이 황폐화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현실적 타개책으로 원주민들에게 작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자금지원 활동을 한 결과, 밀렵의 95퍼센트가 줄었고 원주민 또한 안정된 생활을 누리게 되었다. 그들은 다시 1997년 미국으로 돌아가 오하이오 주에 정착한 뒤에도 '오웬스 야생 보호 기금'의 대표자로 자연보호에 힘쓰면서, 동시에 북 아메리카에서 사라져가는 야생 회색곰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부의 결론. "자연의 생명들은 단지 지구에 존재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보호할 가차가 있다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들을 몰아낸다면 인간 또한 지구에 오래 머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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