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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인수 컨소시엄 왜 깨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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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인수 컨소시엄 왜 깨졌나

입력
2008.10.1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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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넘게 준비해 왔는데 입찰서도 못 내 보다니, 허 참." "고객정보유출 사건 후유증이 이제 겨우 수습돼 가고 있었는데…."

1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에선 GS의 각 계열사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런 얘기들로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낙마에 대한 허탈감을 표출했다. GS가 9일 포스코와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 대우조선 본 입찰에 참가할 것이라고 발표했을 때만해도 직원들 사이에선 대우조선은 이제 '따 놓은 당상'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꿈이 깨지는 데는 100시간도 채 안 걸렸다.

나흘도 못간 '허니문'

포스코와 GS가 공동 컨소시엄 구성에 대해 서로의 의중을 떠 보기 시작한 것은 두 달 전인 8월 초. '철강-조선-에너지'로 이어지는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데다 인수 가능성도 크게 높일 수 있는 묘책이었다. 이후 두 회사는 지분율과 인수전 전략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했고, 9일 오후 공동 컨소시엄 구성을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11일 최종 인수가를 조율하기 위해 두 회사 실무진이 만난 순간 불협화음이 나기 시작했다. 포스코가 제시한 가격과 GS가 생각한 가격에 큰 차이가 있었던 것. 통상 인수ㆍ합병(M&A)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할 때 가격은 맨 마지막에 논의한다. 가격에 합의한 뒤 다른 조건으로 깨지면 가장 중요한 가격이 노출되는 문제 때문이다. 이 때부터 두 회사의 마라톤 협상이 시작됐다.

이에 대해 임병용 GS홀딩스 부사장은 14일 "포스코는 '매우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한 반면, 우리는 '합리적으로 공격적인' 가격을 내놓았다"며 "대우조선에 대한 가치평가(Valuation) 자체가 너무 달라, 상당한 폭의 가격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쏘나타를 6,000만원이나 주고 살 순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실무진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결국 이구택 포스코 회장과 허창수 GS 회장이 13일 낮12시께 강남 모처에서 만나 마지막 조율을 시도했다. 옆 방에선 각 사의 임원진이 모두 숨을 죽인 채 대기했다. 이 회장은 "이 정도 가격은 써 내야 확실하게 인수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 허 회장은 "최근 금리가 많이 오른 것과 경제 상황 등을 감안하면 비합리적이다"라고 맞섰다.

1시간 넘게 이어진 두 회장의 담판이 성과 없이 끝나자 GS는 결렬을 통보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의 본 입찰 마감이 2시간도 안 남았던 때였다. 입찰서를 수정하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포스코는 GS로부터 공동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는 확인서를 받아 이를 준비돼 있던 입찰서에 급히 첨부, 제출할 수 밖에 없었다.

잃어버린 시장의 신뢰

업계에선 GS의 주력인 GS건설과 GS칼텍스가 지방 미분양과 환율 급등으로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게 된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의 정유회사 쉐브론이 금융위기로 컨소시엄에 들어오지 못하면서 GS홈쇼핑 등 자회사를 매각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잃어버린 시장의 신뢰다. GS는 지난달 GS칼텍스의 사상 최대 고객정보 유출사고로 그렇지 않아도 시장의 신뢰에 금이 가 있던 터였다. 미래 성장동력도 불투명해졌다. 경영진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비판의 소리가 나온다. 2005년 그룹 출범 직후부터 '대우조선해양 인수팀'을 꾸려 3년 넘게 준비해 온 결과로는 너무 허망하기 때문이다.

GS는 올해 하이마트와 대한통운 인수전에서도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GS 관계자는 그러나 "주주들은 오히려 잘했다는 격려 전화를 해 왔다"며 "인수가 옳았는지 포기가 옳았는지는 길게 보고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는 14일 오전7~10시 긴급 이사회를 열고 단독입찰 형식으로 대우조선 인수를 계속 추진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다른 입찰 참가자인 한화와 현대중공업은 공동 컨소시엄이 무산된 만큼 포스코의 입찰 자격은 박탈돼야 한다며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은 "아직 법률적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한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유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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