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휘발유를 차에 넣을 때마다 두 가지 세금을 낸다. 연방 세금과 주 세금이다. 주 연방 정부의 휘발유 세는 그 사용처를 놓고 의회에서 오랫동안 논란을 빚어왔다. 미 의회는 지난 1956년, 휘발유 세금을 도로 유지에만 쓰고 다른 예산에는 전용치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었다. 하지만 1990년부터 다시 휘발유 세를 도로 보수 이외 용도로 쓸 수 있도록 허용했고, 1997년에는 또 다시 이를 다시 금지했다. 이후 휘발유 세는 도로 및 도시 지하철 공사에만 쓰도록 용도를 제한하고 있다. 현재 휘발유 세는 84%를 도로공사에, 15%는 도시 지하철에 쓰도록 하고 나머지 0.5%는 트러스트 펀드 (Trust Fund)에 예금해 놓도록 정해져 있다.
휘발유 세는 사용처 뿐만 아니라 부과 방식을 놓고도 늘 논란이 인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는 여름 성수기에 연방 휘발유 세를 일체 없애 여행객들의 부담을 줄이자는 제안을 했다가 민주당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는 유가 급상승 와중에 떼돈을 번 정유회사들을 상대로'벼락 돈 세금 (Windfall Profit Tax)'을 물리는 제도를 제안, 그 돈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에너지 부담을 덜어주자는 주장을 했다.
미국의 세금은 전부 합치면 대체로 100여가지 정도 된다. 연방 소득세, 주 소득세, 법인 소득세, 개인 소득세, 부동산세, 봉급세, 지방세, 판매세 등이 있고, 그 밖에 한국말로 번역하기도 힘든 세금이 수두룩하다. 심지어는 사망 후에 내는 유산세도 있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인생에서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두 가지는 죽음과 세금'이란 말을 한다. 보통의 미국인들은 지방세까지 합치면 자그마치 소득의 40% 정도를 세금으로 낸다. 세금 중에는 'Sin Tax(악행세)'라는 말도 있다. 뜻만 보면 마치 죄에 대한 처벌인 듯한 인상을 주는 이 세금은 술과 담배 등에만 부과된다.
미국의 세금 제도는 너무 복잡해서 기업인들은 어찌하면 세금을 피할까를 연구하게 되고, 세금을 내느니 차라리 자선을 하자 해서 기부 문화도 무척 발달했다. 기부금은 액수에 상관 없이 세금을 면제받기 때문에 명칭도 모르는 세금을 내느니 차라리 선행으로 좋은 이름을 남기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물론 자선가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대체로 그렇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변호사는 아마도 세금 전문 변호사일 것이다. 미국의 최상위 6개 회계 법인들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조세법을 교묘히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변호사와 회계사들이야 말로 돈을 긁어 모은다. 또 뉴욕증시에 상장된 회사들은 대개 최상위 6개 회계 법인들을 고용해야만 신뢰성을 인정 받기 때문에 이 여섯 회사들은 갈수록 커지게 마련이다. 한국에서 온 회계학 전공 유학생들은 이들 회사에 인턴으로 나마 들어가지 못해 야단이다.
그런데 이 복잡한 세금을 결정하는 게 바로 의회다. 공화당은 지금도 세금, 특히 기업 소득세를 내리기 위해 세법 개정안을 내놓지만 항상 다수당인 민주당에게 패한다. 민주당은 부자들과 기업체들에 특별세를 부과하는 대신 가난한 사람들의 세금을 면제하는 소위 분배정책을 써 왔다. 민주당 소속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시절에는 기업 소득세를 거의 70% 가까이 인상해 많은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분배정책에 돈이 모자라 급기야 국방비를 삭감해 보충하다 보니 베트남 전쟁에서 헬리콥터 3대가 이륙도 못하고 주저앉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장면이 전세계에 보도되자 미국인들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졌다. 다행히 카터에 이어 당선된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레이거노믹스 (Reaganomics) 경제정책을 통해 세금은 36% 줄이고 국방비는 인상시켰다.
하원의원 시절 미국에서의 이민 생활에 익숙치 않은 교포들이 가끔 내 사무실에 찾아왔다. 주로 중소기업청의 대출이나 세금 문제 때문이었다. 미국에선 납세자 자신이 보고서를 작성해 국세청에 내도록 돼 있다. 보고서 끝에 '위에 기술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확인하는 서명란에 일단 사인을 하면 국세청은 이를 존중하는 게 원칙이다. 손해를 보았다고 하면 그 동안 냈던 세금까지 환불해주는 미국의 제도를 어설프게 여겨 계속 거짓 보고를 하다가 적발되면 가차없이 엄벌에 처해진다. 벌금 뿐 아니라 심지어 신체형까지 받게 된다.
미국에서는 수사기관이 범죄의 증거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국세청을 통해 세금 문제를 조사해 감옥에 보내는 일이 있다.
문선명씨의 통일교가 미국에서 한창 관심을 끌던 무렵, 아이들이 길 모퉁이에서 통일교를 위해 꽃이나 사탕을 파는 행위에 대해 많은 미국인 부모들이 나에게 적잖은 불평을 제기했었다. 미 의회에서는 공화당이나 민주당 모두 대체로 월요일 아침 일찍 의원총회를 연다. 그때 의원들은 각 지역구에서 접한 현안들을 발표하는데 중요한 현안일 경우, 그에 대한 적절한 입법 조치를 취하기로 투표로 결정한다.
통일교 문제가 현안으로 나왔지만 종교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에서는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꽃과 사탕을 파는 행위도 모금운동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이를 입법부가 간섭할 일이 아니라는 분명한 선이 그어졌다. 사실 나는 문선명씨를 은근히 존경했다. 미국까지 와서 수십만 명의 미국 교인들을 확보했고 남미에까지 나가 한국을 알리고 그들을 감동시켜 통일교에 가입시킬 수 있는 능력과 설득력에 존경심을 보냈었다. 오히려 조국인 한국에서 이단으로 배척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미국에선 수도 워싱턴 일대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보수 신문인'워싱턴 타임스'를 적자를 무릅쓰고 운영해 왔다. 공화당 의원들은 누구나 워싱턴 타임스를 환영했고 이 신문의 논평을 종종 의회에서도 인용했었다. 하지만 결국 세무조사가 시작됐고 문선명씨는 세금을 속인 죄로 1년 6개월 형을 선고 받고 투옥됐다.
☞ 필자의 정정 및 사과의 글
지난 주 게재된'로버트 김 스토리'에서'왜 순진한 교포 로버트 김씨가 이런 죄를 범하게 됐는지 알아보니 비밀서류를 대사관 무관에게 넘겨주면 대한민국 정부가 차관급 자리 정도를 줄 수 있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고 쓴 내용에 대해 당사자인 로버트 김씨가 반박 서한을 보내왔습니다. 로버트 김씨는 서한에서 당시 한 일에 대해"고국을 사랑하는 마음에서였고 한국 무관과의 사이에 아무런 금전거래도 없었고 미래의 약속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로버트 김씨에게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당시 그렇게 알고 있었기에 그리 쓴 것이지만, 제 글을 읽고 행여나 로버트 김씨를 보는 세상 사람들의 시각이 잘못된 방향으로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 지면을 통해 정정하고 로버트 김씨에게 거듭 사과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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