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검증 과정에서 가장 큰 논란은 어느 지점에서 촉발될까.
북미는 지난 3일 평양 협의에서 핵시설에서 샘플링(시료 채취) 방식으로 핵신고서 내용을 검증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핵무기 제조를 위한 핵심 물질인 플루토늄 추출량을 정확히 확인하는 문제가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북한이 제대로 신고했는지 확인을 해야 완전한 핵폐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6월26일 핵신고서를 제출하면서 플루토늄 추출량을 30kg 정도로 신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출량 30kg 가운데 26kg 정도가 핵무기 개발에 쓰였고, 2kg은 2006년 10월9일 실시된 핵실험에 사용됐고 2kg은 폐품이라고 신고했다고 한다. 또 재처리되지 않고 폐연료봉에 남아 있는 미추출량이 약 8kg, 재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량이 6kg으로 전해졌다.
핵심은 핵무기 개발에 쓰였다는 26kg의 플루토늄. 중급 이상인 북한 핵개발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20킬로톤급(1기당 플루토늄 3.5kg 안팎 소요) 핵무기 7, 8개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이다.
문제는 북한의 신고치가 미국이나 한국이 추정하는 플루토늄 양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16개 정보기관의 판단을 종합해 지난해 3월 발표한 국가정보평가(NIE)에서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량을 50kg 정도로 추정했다. 한국도 2006 국방백서에서 40~54kg으로 확인했다.
북한의 신고량과 한미의 추정치 간 불일치를 메우지 못하면 북한이 플루토늄을 빼돌려 다른 데 숨겼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도 북한의 플루토늄 추출 신고량(90g)과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정치(10kg) 간 차이를 둘러싼 진실 공방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결국 핵시설 내 시료 채취가 이런 간극을 없애기 위한 핵심 방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시료를 채취해 반감기를 분석하면 나무의 나이테로 나이를 파악하듯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량을 비교적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료 채취를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시료 채취 과정에서 그 동안 의혹만 제기됐지 물증은 없었던 우라늄 핵개발(UEP) 증거가 확인될 수도 있어 북한은 시료 채취 장소를 최대한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불일치 문제에 대해 "재처리 과정에서 손실량이 컸다"고 주장하겠지만 미국이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난관이 조성될 수밖에 없다. 곧 재개될 6자회담과 비핵화실무그룹 회의에서 북핵 검증계획서 작성 논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이런 분석에서 시작된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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