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예대율 문제삼은 외신은 오류"외화 유동성 지적 S&P 등은 "일리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연일 국내 은행의 외화 유동성과 재무 건전성 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달 초 무디스가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은행의 재무건전성 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데 이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15일 이들 4개 은행 외에 외환은행과 우리금융지주ㆍ신한카드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에 편입시켰다.
신용평가사들의 등급전망 조정은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 등 외신들의 '한국 때리기'와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국내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시아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 아니냐"는 의심에서부터 "서브프라임 위기로 픽픽 쓰러지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 은행들에 비하면 우리나라 은행은 건전하다"는 반론, "파생상품에 대한 신용등급을 잘못 매겨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를 촉발한 주범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나 있느냐"는 호통까지, 반응도 다양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국내 은행에 내재한 문제점을 짚고 정부 대응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수긍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있다.
한 국내 신용평가사의 은행 담당 연구원은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국내 은행에 대한 우려는 일부 외신의 왜곡 보도와는 다른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외신은 국내 은행의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예대율이 130%가 넘는데, 모자라는 재원을 외국에서 조달하므로 외화 유동성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이 같은 분석은 양도성 예금증서(CD)를 포함할 경우 예대율이 105%로 낮아지며, CD는 대부분 원화로 조달하는 자금이라는 것을 무시하고 있다. 국내 은행이 예금 이상의 대출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자라는 재원은 CD나 은행채 발행 등을 통해 대부분 원화로 조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S&P나 무디스는 예대율이 아닌 실제 외화 유동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S&P는 "다른 나라의 경우 정부가 지급 보증을 해 주는 등의 조치를 한 반면 한국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이 없어 은행들이 외화자금 조달 시 다른 나라 은행에 비해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이는 납득할 수 있는 지적이라는 평가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 은행이 건전성이 좋은 것은 맞지만 현재 달러 유동성 문제는 펀더멘털의 문제라기 보다는 은행 간 '신뢰'의 문제"라면서 "정부가 여차하면 은행의 달러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단계적 조치를 할 것이라든지, 철저한 대비가 돼 있다는 식으로 국제사회에 신뢰를 줄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호주의 경우 12일 은행 예금과 대출에 대한 지급보증을 하는 조치를 취한 후 외화 조달 조건이 훨씬 나아졌다고 16일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들이 수년 동안 예금은 단기로 조달하고 대출은 10년 이상 장기로 해 주면서 일시적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온 것도 사실이라고 말한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금융연구실장은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조치가 실제에 비해 과도하다는 견해도 가능하지만, 은행들이 3개월짜리 CD나 정기예금 등 단기로 자금을 조달해 10~20년짜리 주택담보대출을 해 주면서 미스 매칭(만기 불일치)이 생겼고 이에 따라 단기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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