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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콘크리트 빼먹고 공사, 기초부실 새건물 무너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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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콘크리트 빼먹고 공사, 기초부실 새건물 무너질라

입력
2008.10.17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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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충남 천안시 불당지구. 한때 "분양만 받으면 대박 난다"는 말이 돌았던 천안의 신흥택지지구인 이 곳 초입에 들어서자 주상복합아파트 '트윈팰리스' 공사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지상 60m 높이의 똑같은 건물 2동으로 이뤄진 이 아파트는 '불당 로또'의 상징물이다. 이 지역 첫 주상복합아파트로 3.3㎡(1평) 당 분양가가 최고 1,100만원을 웃돌았고 분양계약자의 상당수가 판사와 변호사, 의사, 대학교수 등 사회지도층 인사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아파트를 둘러싸고 최근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당초 이 달로 예정됐던 입주가 돌연 3개월 뒤로 미뤄지더니 간간히 이뤄지던 내부마감 공사마저 중단됐다.

지난해 아파트 구조안전진단이 실시된 데 이어 지난달엔 건축구조 전문업체의 구조안전 검토까지 이뤄졌지만 이를 알고 있는 입주 예정자들은 거의 없다.

이 와중에 일부 분양계약자들이 계약해지를 요구해 영문을 모르는 대다수 계약자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며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시공사인 D건설이 입주 예정자들에게 입주 연기를 통보한 것은 지난달 초. D건설은 당시 "공사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안 등으로 인해 입주를 3개월 늦추고 이에 따른 지체보상금은 입주 시 매매잔금에서 공제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입주 예정자들에게 발송했다. D건설 관계자는 "아파트와 상가의 분양률 저조로 인한 자금난 때문에 정상적인 공사진행이 어려워 입주를 연기했다"고 말했다.

현재 지하 4층 지상 17층 규모에 287~368㎡ 160가구로 구성된 트윈팰리스 아파트(지상 2~17층) 분양률은 61%. 상가(지하 1~지상 1층) 분양률은 '제로(0)'다.

그러나 입주가 연기된 이후 공사현장 주변에는 귀를 의심할만한 말이 돌았다. 아파트 무게를 지탱하는 지하 기초(매트)콘크리트가 당초 설계도 두께(230㎝)보다 10㎝ 이상 얇게 시공됐다는 것이다.

건물의 주춧돌 역할을 하는 기초콘크리트는 건물안전의 '생명판'으로 불린다. 건물 바닥으로 가해지는 하중을 버티는 기초콘크리트의 내하력(건물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떨어져 건물이 뒤틀리거나 균열이 발생하는 등 건물의 구조안전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D건설 측은 2006년 6월께 설계변경도 하지 않고 멋대로 기초콘크리트(하부면적 3,608㎡) 두께를 215~220㎝로 불법 시공했다. 두께 차이만큼의 콘크리트 타설량(914㎥)과 철근을 빼먹은 것은 당연했다.

D건설은 당시 하청업체 인부가 이 사실을 문제 삼아 금품을 요구하자 해당 하청업체를 통해 수천만원을 건네고 입막음을 한 뒤 같은 해 11월 전문업체에 구조안전진단을 실시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기초콘크리트 일부가 내하력과 지내력(지반이 구조물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떨어져 건물 안전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전문업체는 기초콘크리트 위에 세운 대형 원형기둥(지름 180㎝ 높이 25m) 6개 가운데 2개의 기둥을 떠받치고 있는 기초콘크리트 부분을 설계도면대로 보강시공토록 했다.

문제는 D건설 측이 아파트 구조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고 실제 보강시공을 했느냐는 것이다. "지난해 3월 기초콘크리트에 대한 보강시공을 했다"는 D건설 측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강공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D건설 측이 보강시공을 했다는 작업일지와 현장사진 등 관련 자료가 없는 데다 반드시 검수 받아야 할 감리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 건설현장소장 K씨는 "당시 보강시공 작업일지는 작성하지 않았고, 현장사진은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해 컴퓨터에 보관해왔으나 직원들이 바뀌는 과정에서 해당 사진파일이 삭제됐다"며 "감리는 받지 않았지만 보강시공은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시공이 설계도 내용대로 제대로 이뤄지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할 감리업체는 "지금까지 공사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감리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 마디로 '눈 뜬 장님'이었거나 시공사 측의 불법시공을 알고도 묵인해준 셈이다.

이처럼 아파트 구조물의 안전성 논란이 일자 천안시는 불법시공 여부와 공사중단 이유 등에 대한 전면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기초공사라는 중요 공정을 시공하면서 설계변경에 대한 인허가 기관의 승인을 받지 않은 것은 명백한 불법시공"이라며 "특히 보강시공과 건물 안전성에 논란이 있는 만큼 시공사 측에 구조안전진단 재실시와 보강시공 확인검사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안=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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