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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덕' 본 오바마, 경제관 검증 '덫' 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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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덕' 본 오바마, 경제관 검증 '덫' 피할까

입력
2008.10.1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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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 미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돼 전세계를 뒤흔든 금융위기의 최대 피해자 중 한 명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였다. 유권자들은 미국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온 조지 W 부시 정부의 무능력을 질타했고, 그 비난은 같은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에게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매케인은 '나는 부시와 다르다'며 차단벽을 쳤지만 허사였다. 폭포처럼 떨어지는 유권자들의 비판에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버럭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이런 반사이익을 최대로 즐겼다. 그는 특별히 주목할 만한 해법을 제시하지도 않았으나 어느새 지지율이 역전되더니 지금은 매케인이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멀리 달음질치고 있다.

13일 금융위기가 다소 진정되면서 이젠 오마바 후보가 미 언론의 혹독한 검증대에 올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리먼 브러더스가 무너진 이후 오바마의 대선가도는 더욱 공고해졌다"며 "역사상 최악의 경제상황이 정치적 수혜가 된 오바마로 진정한 초점이 옮겨져야 한다"고 13일 전했다.

워싱턴포스트가 분석한 오바마의 경제위기 대응은 "최소한 정치적으로는" 교묘했다. 리먼이 무너지고 AIG에 대한 대규모 구제금융이 단행된 위기 초반 매케인과 달리 오바마는 침묵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등과 수시로 접촉했지만, 단호한 목소리는 없었다. 7,000억달러 구제금융을 수용한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부시 정부의 위기 해법을 비판했다.

이 신문은 "오바마가 더 나은 대안을 갖고 있는지, 갖고 있다면 더 공격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안을 관철시키려 했는지 불분명하다"며 "여러 차례의 고비마다 그는 부시 정부가 만든 일반론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을 뿐 앞서 나간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입성이 유력시되는 지금 차기 대통령으로서 경제위기에 대한 현실적인 대응능력이 분명치 않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이 신문은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 충격파가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데도 의료보험, 에너지, 공공투자 등 그가 내건 경기 진작책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공황이 한참 진행된 후에 대통령에 오른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달리 오바마는 대선 전 혼란을 목격한 만큼 차기 대통령으로서의 책임 있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는 이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가, 어떤 결단과 신중함을 갖고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진 뒤 "낡은 정치의 페이지를 넘기겠다고 했는데 그것이 무슨 의미이냐"고 물었다.

오바마는 13일 대선 최대 격전지인 오하이오주에서 미국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신규 고용노동자 1명당 3,000달러씩의 세금 혜택을 2010년까지 주는 내용의 경제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또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갚지 못해 집을 압류당할 사람들에게 3개월간 유예조치를 부여할 것과 소비자들이 자신의 개인 퇴직 적립금에서 최고 15%의 연금을 조기 인출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제안하는 등 경제 공약을 통한 세몰이에 나섰다.

하지만 그의 공약은 즉각 매케인 후보측의 반격을 받았다. 이날 노스캐롤라이나 윌밍턴에서 유세를 한 매케인 후보는 오바마의 '선거용 금융해법'을 파고들며 그를 1929년 대공황을 막는 데 실패한 허버트 후버 대통령과 비교했다. 매케인은 "오바마가 제안한 것처럼 경제가 악화한 상태에서 세금을 인상하고 무역을 제한한 마지막 대통령은 후버였다"며 "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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