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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돌린 한국… '뇌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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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돌린 한국… '뇌관' 남았다

입력
2008.10.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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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거센 태풍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자리. "언제 다시 태풍이 진로를 바꿀 지 모른다"는 여전한 불안함 속에서도, 그래도 최악은 지났다는 안도감이 지배적이다. 깊은 생채기 투성이지만, 그래도 온 나라가 폐허로 변해버린 상당수 국가들에 비하면 우리 경제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향후 대응 여하에 따라 추스를 수 있을 정도로는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앞으로 크고 작은 태풍이 몇 차례 더 몰아칠 수 있다. 더구나 금융에서 시작된 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실물경제로 옮겨 붙고 있는 중이다. 당분간 금융시장 안정세가 지속된다 해도 여기에 현혹돼 후유증 대비를 소홀히 한다면, 감당할 수 없는 화를 부를 수 있다는 경고가 적지 않다. 진원지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인 세계적인 금융 위기는 우리의 노력만으로 해결이 불가능하다 해도, 실물경제로의 파급은 우리 힘으로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언제 터질 지 모를 한국 경제의 뇌관을 이제 하나 둘 섬세하게 제거해 나가야만, "정말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 우리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는 부동산 관련 대출이다. 지방 아파트 미분양 등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60조원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물론 300조원이 넘는 가계 주택담보대출의 급격한 부실화 우려가 적지 않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까지는 아니더라도, 저축은행과 건설사 부도, 부동산 가격 폭락, 서민 경제 붕괴 등의 연쇄 파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극심한 경영난에 환헤지상품인 키코(KIKO) 손실까지 겹친 중소기업 대출도 상당히 위태로워 보인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부장은 "미국처럼 부동산 버블이 심각한 수준으로 꺼지지는 않겠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리스크 요인을 제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금씩 숨통이 트이고 있다지만, 유동성 위기도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 '달러 및 원화 자금난 지속 → 은행들의 대출 회수 → 기업과 가계 자금난 심화 → 실물경제 직격탄'의 악순환이 불가피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3일 라디오 연설에서 "기업이 흑자 도산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비가 올 때는 우산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하나 더, '오럴 리스크(Oral Risk)'를 차단해야 한다. 당ㆍ정ㆍ청 간, 정부 부처간 정책 혼선이 여과 없이 노출되고, 신중치 못한 정책 당국자들의 가벼운 발언이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신뢰의 위기'는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서 금리 인하 등 가격 조절 뿐 아니라 적시적소에 자금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며 "신뢰 위기가 재연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책 당국자들이 소신만 강조해서는 곤란하며 항상 시장의 입장에 서서 정책이나 발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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