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모름지기 공정해야 한다. 민영 미디어도 그래야 하지만 공영 미디어는 더더욱 공정성을 철칙으로 삼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영방송이 공정성을 저버린 경우를 흔히 보곤 한다. 권력을 잡으면 먼저 미디어부터 손에 넣고자 하기 십상이어서 공영 미디어는 늘 도전에 당면하게 마련이다.
공영방송 감시단체 부쩍 늘어
이런 이유 때문일까? 최근에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감시하겠다는 단체가 다투듯이 선을 보였다. 오롯하게 언론학자로만 구성된 데도 있고, 다른 분야 학자나 법조인, 시민을 참여시킨 데도 있다. 공영방송을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겠다는 단체가 많아졌으니 이제 공영방송의 공정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인가?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감시할 목적으로 탄생한 단체는 2005년 11월에 출범한'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가 처음이 아닌가 한다. 약칭이 '공발연'인 이 단체는 창립대회에서 방송의 독립성 유지, 공정성 확보, 다양성 건전성 제고, 보편성 신장, 경영 합리화, 유연성과 공동체적 책임성 확립 등을 활동목표로 제시했다.
이 단체는 공영방송이 권력과 유착하여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고 있다며 노무현 정부와 공영방송을 싸잡아 비판하곤 했다. KBS의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가 하면, 프로그램 제작비에 관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정연주씨를 KBS의 사장으로 다시 임명하자 이를 격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KBS의 정 사장 퇴임을 둘러싸고 볼썽사나운 행태가 꼬리에 꼬리를 물더니, 드디어 또 다른 단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에 등장했다.
9월 5일 한국언론회관에서 창립대회를 연 미디어공공성포럼이 그것이다. 한국언론학회와 언론정보학회, 한국방송학회 등 언론학계를 대표하는 3대 학회의 언론학자 200여 명이 참여한 이 단체는 창립선언문을 통해 "이명박 정부는 한 편으로는 언론에 대한 국가 통제를 강화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미디어를 시장논리에 맡겨 놓으려는 권위주의적 시장주의에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사회와 국민, 그리고 정부 모두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될 공공성의 위기, 나아가 민주주의의 위기에 귀 기울일 것"을 다짐했다. 이 포럼은 신문 방송 통신 광고 등 4개 연구분과를 두어 중ㆍ장기적 관점에서 미디어관련 쟁점을 연구 조사해 대안을 제시할 방침이라고 한다.
마치 미디어공공성포럼의 출범에 자극을 받은 듯이, 9월 30일에는 공정언론시민연대(공언련)라는 또 하나의 단체가 깃발을 새로 올렸다.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가 중심이 된 '공언련'은 '편파방송을 바로잡는 일을 출발점이자 중심으로 설정'할 것임을 밝혔다.
'공언련'은 앞으로 방송정책 난개발 재점검, KBS와 MBC 위상 재정립, 미디어의 폭력과 외설 감시, 방송심의제 완전 자율화, 방송편성 규제 철폐, 방송발전기금 폐지 등을 구체적인 활동목표로 채택했다. 이 단체가 정식 발족하기 하루 전에는 공정방송지킴이,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등 33개 보수 시민단체가 미디어발전국민연합이라는 시민단체를 결성하기도 했다.
권력 유착 말고 불편부당해야
이들 학술단체나 시민단체 중에 어떤 것은 뿌리를 내리겠지만 어떤 것은 부평초처럼 물결에 흔들리다 자취를 감출 것이다. 단체의 생명력을 담보할 변인은 무엇일까? 최근 다산연구소 박석무 이사장이 소개한 정약용의 원세잠(遠世箴)에서 그 중요한 시사를 얻을 수 있다.
다산은 그 글에서 "권력을 독사나 호랑이 피하듯 하고, 밝은 지혜로 적중해 갈 때 비로소 꽃다운 이름을 만세에 알릴 수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공정성 자체가 불편부당성(impartiality)을 제일의 덕목으로 삼는 것이라면, 방송의 공정성을 요구하는 단체나 그 성원은 스스로 권력유착부터 청산해야 한다.
김민환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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