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하기위한 유럽연합(EU) 정상회담장에서 평소 앙숙으로 지낸 폴란드의 대통령과 총리가 회의장 좌석을 놓고 다퉈 국제적 망신을 샀다.
영국 더 타임스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도널드 터스크 폴란드 총리가 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폴란드에 하나 밖에 없는 정부 소유 여객기를 선점한 것. 역시 회담에 참석하려던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은 정부 여객기가 자신을 태우러 돌아오기를 원했으나 터스크 총리가 거부하는 바람에 거액을 들여 민간 항공기를 전세 내 브뤼셀로 향했다.
폴란드의 서유럽 경도에 반대하는 카친스키 대통령과, 적극적인 유럽통합론자인 터스크 총리는 2005년 대통령 선거에서 맞붙었으며 2010년 대선에서도 재대결이 유력한 정치적 맞수다. 게다가 최근 폴란드에서 대통령과 총리 중 누가 나라를 대표하느냐를 놓고 법리논쟁이 계속돼 사이가 더욱 벌어진 상태다.
두 사람은 EU 정상회담장에서 또 한번 신경전을 펼쳤다. 터스크 총리는 폴란드에 할당된 두 좌석에 자신과 자첵 로스토브스키 재무장관이 앉기를 원했지만 이미 감정이 상한 카친스키 대통령이 막무가내로 총리 옆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졸지에 자리를 뺏긴 로스토브스키 장관은 "신사 체면에 자리 다툼을 할 수 없어 양보했지만 대통령이 다른 EU 회원국들에게 폴란드 대화창구가 누구인지 혼란을 줘 폴란드 정부를 곤경에 빠뜨렸다"고 불평을 터뜨렸다. 터스크 총리도 "이번 회담은 경제문제가 주된 이슈였는데 대통령의 고집 때문에 전문가인 재무장관의 조언을 들을 수 없었다"며 AP통신에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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