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파티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 74세의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7월31일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상대 후보와 벌였던 박빙의 승부는 전날 밤 12시를 훌쩍 넘긴 뒤 겨우 종지부를 찍었고, 캠프에서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야밤의 승리 잔치'를 벌이느라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자연 늦어졌다.
그 뒤 이틀 정도를 쉰 공정택 교육감 당선자는 왕성한 행보를 이어갔다. 교육감 재직때 추진했거나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업을 구체화 하기 위해 언론을 만났고, 교육관계자들과 터놓고 얼굴을 맞댔다. 이 때 좀 더 명징하게 다가왔던 정책이 국제중 설립과 고교선택권제 시행 등이었다.
한달 여 뒤 '교육 소통령'으로 정식 취임한 공 교육감은 거침이 없었다. 1년10개월 '시한부' 임기의 교육감이 갈 길을 너무 잘 알고 있었던 까닭에서다. 전국교직원노조와 일부 학부모단체가 강력한 태클을 걸어와도 피하지 않았다. 서울시민들이 직접 뽑아준 교육감이 소신을 갖고 정면 돌파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판단을 내린 듯 했다.
그런데 상황이 돌변했다. 공 교육감은 요즘 거의 매일 강펀치를 맞으면서 체면을 구기고 있다. 선거자금 때문이다. 교육감 선거때 쓸 비용을 고교 제자였던 한 학원 운영자에게 빌린 게 화근이었다. 학원 관리 및 단속의 최고 책임자가 학원 돈을 꿨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공 교육감에게 돈을 빌려줬던 학원 관계자는 지인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고교때 받은 은혜를 생각하면 10억원이라도 그냥 드릴 수 있다"고. 공 교육감은 도시락을 싸오기 힘들 정도로 가정이 어려웠던 그의 학비를 2년 동안 대신 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떤 해명도 공 교육감을 해방시키진 못했다. 공교육의 수장인 서울시교육감이 학원 돈을 빌렸다는 자체가 도덕적 흠결이기 때문이다. 침묵으로 일관했던 그는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백기'를 들었다. 자신의 적절치 못한 행동을 사과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진보단체에서는 그를 수사의뢰했고, 한 국회의원은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공 교육감에게 일종의 후원금을 줬다는 교장 승진자를 공개하기 까지 했다. "20만원을 준 대가로 교감에서 교장으로 승진했다"는 주장인데, 웬지 군색해 보인다.
공 교육감에 앞서 교육감 선거에 당선됐던 2명의 다른 지역 교육감들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사면초가다. 인사 청탁성 뇌물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오제직 충남도교육감은 고민끝에 사퇴하기로 했다. "법정에서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 가려지겠지만, 나로 인해 충남교육이 혼란에 빠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게 그가 밝힌 사퇴의 변이다.
사퇴한 조병인 경북도교육감도 가시방석이다. 학교 운영을 잘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사학재단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포착돼 검찰 수사를 받았고, 사법처리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육감을 주민직선으로 뽑는 내용의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마련했던 교육과학기술부로서는 당혹스러운 눈치다. 엊그제 열린 실국장 회의에서는 안병만 장관이 이례적으로 '수난의 교육감'을 언급했다고 한다. 교육감이 각종 비리에 연루될 경우 해당 시도교육청을 행ㆍ재정적으로 제재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안 장관은 교육감 직선제의 폐단도 함께 지적했다.
교과부 장관이라면 후자(後者)를 집중적으로 따졌어야 했다. 교원 줄서기, 인사비리 등 교육감 직선제가 가져올 부작용은 일찌감치 예상됐다. 교과부는 예견이 현실화 한 만큼 처방전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안 장관은 교육감 감시자 역할이 어울린다.
김진각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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