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헝가리, 파키스탄 등 신흥시장 국가가 금융위기로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지고 외환보유고가 급감하자 정부가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등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국가 부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5일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의 올렉산드르 사브첸코 부행장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00억~1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르면 다음주 우크라이나 정부가 IMF와 협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은행마다 예금을 찾으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치는 등 금융시장이 마비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우크라이나가 휘청거리는 것은 경제의 펀더멘털이 훼손된 상태에서 금융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2004년 친서방 정권이 집권한 뒤 러시아의 경제보복이 이어지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즈프롬은 2004년 이후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가스 가격을 세배 이상 인상했다.
약화된 경제 펀더멘털이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양상은 파키스탄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최근 파키스탄의 신용등급을 'CCC+'로 한단계 하향 조정하고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파키스탄의 9월 외환보유고가 81억 3,000만달러로 연초 대비 67% 급감, 채무 상환능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파키스탄은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대통령의 장기 독재와 이에 맞선 시위가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하락 등을 겪어왔다. 중국 외교부는 "파키스탄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적극적인 친서방 정책이 오히려 금융위기의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AP통신은 13일 '동유럽의 경제 모범생' 헝가리가 IMF와 구제금융협상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헝가리는 모기지 관련 채권 중 60%가 유로화와 스위스프랑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기업과 개인이 갖고 있는 부채 중 유로화 등 외화에 연동된 것이 623억달러를 웃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폴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도 금융위기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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