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느 자리에서인가 지난주에 끝난 SBS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그때까지의 화제에는 별로 관심이 없던 모든 사람들이 이 주제가 나오니까 모두 한마디씩 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물론 대화 내용은 일반적으로 나오던 이야기들과 별반 차이 없다. "정말 황당한 이야기다" "도대체 코미디도 아니고 시청자를 우롱하는 것 아니냐" "불륜을 일반화하는 시대착오적 드라마다" 등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것들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열광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이 드라마를 시청했었다는 것이다. 평균시청률 40%에 육박하는 인기드라마라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누구 말대로 '욕하면서 보는 중독성 드라마'인지도 모르겠다.
이 같은 상업방송 SBS의 드라마가 수준이 낮다는 사실은 본질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우리 방송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한번쯤 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의 경계가 애매한 우리 지상파방송 구조상, 두 방송을 구분 짓는 경계선은 '상대적인 공영성 정도'라는 아주 애매한 척도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칭 혹은 타칭 공영방송이라고 하는 KBS와 MBC는 공영방송의 척도로 내세우는 이른바 '공영성 지수'에서 상업방송인 SBS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필자는 그 지수라는 것 자체가 척도에 따라 다르고 방송사간 차이도 크지 않아, 공영방송의 존재이유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양보해서 상대적 공영성 척도를 인정하더라도, 절대적 지향점이 아닌 상대적 개념으로 규정된 우리의 공영방송 기준은 문제가 있다. 왜냐 하면 상업방송인 SBS 프로그램들의 수준이 낮아진다면, 공영방송의 프로그램 수준도 함께 낮아지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KBS와 자칭 공영방송인 MBC가 수준 높은 공영방송이 되기 위해서는, 상업방송인 SBS 프로그램의 수준이 높아져야만 한다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인기는 끌었는지 모르지만 '조강지처클럽'과 같은 드라마는 우리 방송 전체 특히 공영방송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다시 재생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의 공영방송도 미국의 한 언론학자가 지적한 것처럼 '공영방송의 종사자들은 문화를 선도하는 프론티어 정신 즉, 특이체질(idiosyncrasies)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남보다 조금 나은 수준을 존재의 이유로 하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로는 진정한 공영방송을 구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방송구조 전반에 대한 개편 논의가 쟁점이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으로 인해 방송의 공영성이 크게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에서는 방송사업 규제 완화를 내용으로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방송시장 전반에 걸친 상업화 음모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공영방송이 절대적인 가치와 목표만 가지고 있으면 이것을 문제 삼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도리어 상업방송의 규제 완화가 공영방송을 상업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지금 공영방송이 얼마나 취약한 이념적, 제도적 틀 위에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황근ㆍ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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