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희한하고 턱없는 생각을 해보았다. 전국장애인체육대회와 (그냥)전국체전을 함께 개최하면 어떻게 될까. "공이 움직이는 소리만 들으면서도 저렇게 잘하는 것에 놀랐습니다. 공을 직접 보면서도 이 정도밖에 못하나 하는 부끄러움이 저를 더욱 열심히 뛰게 만들었습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어느 비장애인 선수의 말일 것이다.
"상상도 할 수 없는 관중의 시선을 느꼈습니다. 비록 저를 응원하러 온 것은 아니겠지만 그들에게 저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과 용기가 솟았습니다." 예상도 않았던 동메달을 딴 어느 장애인 선수의 말일 것이다.
무관심 속의 '그들만의 리그'
제 89회 전국체전이 10일부터 열리고 있다. 3만여명의 선수가 출전해, 전라남도 17개 시ㆍ군 62곳 경기장에서 내일까지 이어진다. 베이징올림픽 직후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체전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다. 베이징의 스타 선수들의 동정쯤이 언론 보도의 귀퉁이를 장식하고 있을 뿐이다. '가자 남도로, 뛰자 세계로'라는 대회 구호가 무색할 정도다. 기록 경신이나 우승 준우승 등의 체육적 의미는 선수들만의 몫이고, 체전은 지방문화축제의 분위기로 쓸려가고 있다. 물론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앞서 광주에서 5~9일 제 28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가 열렸었다. 4,400명의 선수가 광주에 모여 월드컵경기장 등 30곳에서 '희망도전'의 구호로 땀을 쏟았다. (그냥)체전조차 그러한데 장애인체전이야 오죽했겠는가. 8일자 한국일보는 광주 현장의 모습을 특집으로 다루면서 <선수만 있는 장애인체전, 또 한번의 소외> 라고 제목을 달았다. 그 유명한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치아 경기에도 선수ㆍ보호자ㆍ운영요원이 아닌 관중 수는 다섯 손가락도 채우지 못했다. 역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선수만>
그래서 희한하고 턱없는 생각을 해보았다. 두 가지 체육대회를 'M&A'하면 어떨까. 과연 얼마나 큰 문제와 부작용이 생길까. 소박한 견해를 말하면, (그냥)체전을 진행하면서 사이사이에 장애인체전을 끼우는 것이다. 육상이든 양궁이든, (그냥)체전이 시작되기 전에 같은 장소에서 장애인체전 종목을 하는 것이다. 역도나 유도 사격 등도 같은 장소에서 시간만 조절하면 불가능할 이유가 없다.
장애인만의 특수한 시설이 필요하면 때맞춰 조정하면 되고, 많은 조정이 요구되면 지금처럼 다른 경기장을 첨가하면 된다.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체전 기간을 하루이틀 늘리면 되지 않을까. 그래도 두 대회를 따로 잇따라 여는 기간보다는 훨씬 짧을 것이다. 장애인체전 21개 종목은 (그냥)체전 41개 종목에 대부분 포함돼 있다. (그냥)체전에서 8분의 1 정도의 선수가 늘어나는 셈인데, 정 어렵다면 양쪽 모두에서 참가 선수의 수를 조정하는 방법도 없지 않다.
통합 운영하면 '시너지효과'
물론 번거로울 것이다. 주최하는 곳이 대한장애인체육회와 대한체육회로 다르고, 주관하는 곳과 후원하는 곳도 같지 않다. 하지만 대기업 간의 M&A를 보면 조직과 절차 상 이 정도 번거로움은 견딜 만하다. 더구나 정부가 하는 일이 아닌가. 실제로 경기를 운용하기에 이르면 복잡하고 귀찮은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러다 보면 (그냥)체전에서 중요한 기록종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으나, 경기 시간대를 잘 조정하면 영향을 없앨 방법은 충분해 보인다. 이러한 것들은 두 체전을 'M&A'하여 얻을 수 있는 시너지효과에 비하면 오히려 소소하다.
혼자만의 생각이 하나 더 있다. 올림픽도 그렇고, 전 세계 어느 나라가 그러한 국내 체전을 하고 있느냐는 반문에 대한 것이다.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가 제일 먼저 할 수 있으니. 세계적으로 아주 훌륭한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인권과 화합의 국가라는 이미지를 전 세계에 자랑할 수 있으니, 이러한 'M&A'에 정부 홍보예산의 일부만 할애해도 본전을 뽑고도 남을 것이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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