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월드건설은 경기 용인시 죽전의 주상복합 프로젝트를 도급공사(단순 시공)에서 자체 사업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일으킨 시행사가 장기 미분양으로 파산했기 때문이다. 월드건설은 PF 지급보증을 선 상태라 '울며 겨자먹기'로 사업권을 인수키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방 미분양으로 자금 유동성이 좋지 못한데 부도난 시행사 채무까지 떠안고 사업을 하려니 부담이 크다"고 털어 놓았다.
#2. 풍림산업은 최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옥을 매물로 내놓았다는 소문에 시달리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사옥 지분 구조상 회사가 50%를 갖고, 나머지 50%는 S철강 소유라 우리 마음대로 처분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PF를 일으키기 위해 사옥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게 건설업계 위기설과 맞물리면서 와전된 것 같다"며 억울해 했다.
건설사, 사업 떠맡기 급증
건설업계가 '돈에 시름하고, 소문에 치이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최근 주택ㆍ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PF 지급보증의 덫에 걸려 골머리를 앓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올 들어 자금 사정 악화로 시행사들이 잇달아 사업을 포기함에 따라 이를 시공사인 건설업체들이 어쩔 수 없이 떠맡게 된 것이다. 이들 사업은 대부분 악성 장기 미분양인 데다 자금 변통도 불가능해 시공업체는 자금 부담만 안게 되는 셈이다.
KCC건설은 최근 시행사 채무 130억원을 모두 떠안으며 경북 성주에서 추진하던 아파트 시행권과 토지를 넘겨 받았다. 지난해 분양에 나섰으나 분양률이 극히 저조해 공사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사업권은 넘겨 받았지만 재분양 계획은 아직 미정이다.
포스코건설은 시행사 부도로 채무 2,650억원을 떠안으면서 부산 연제구 연산8동 재개발 사업권을 인수했다. 이로 인해 회사 설립 이후 15년 이상 무차입 경영을 해온 포스코건설은 처음으로 금융권에서 단기 자금을 빌려야 했다.
한일건설도 올해 3월 시행사의 금융권 대출금 521억원을 대신 상환키로 하고 광주 아파트 사업을 떠안았다. 이 회사는 시행사 채무를 대신 갚아주고 사업권을 넘겨 받긴 했지만 사업성을 장담할 수 없어 속을 태우고 있다.
악의적 부도설까지 난무
과장된 유동성 위기설이나 부도 괴담 등 근거 없는 소문도 난무하고 있다. 미분양의 직격탄을 맞은 A사에 얽힌 소문이 대표적이다. 지방 물량 비중이 절반에 달하고 이들 대부분이 미분양 상태인 A사는 최근 몇 달 동안 '직원 급여가 체불됐고, 사옥을 부동산에 내놓았다'는 소문에 휩싸여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얼마 전 지인들에게서 이런 말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월급은 꼬박꼬박 나오며, 회사 보유 현금 등을 감안하면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부도설에 시달리는 중견 건설사도 많다. B사는 '특정 직급 이상 간부의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는 낭설에 곤욕을 치르고 있고, C사는 '사장이 은행을 드나들며 구걸을 하다시피 하고 있으며, 회사가 오늘 내일 한다'는 괴소문에 시달리고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느냐는 속담처럼 최근 건설업계 상황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실상과 다른 악의적인 괴담은 인터넷 악플처럼 멀쩡한 기업까지 쓰러뜨릴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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