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3 시리즈를 타던 A씨는 최근 상위 모델인 BMW 5 시리즈로 바꾸기 위해 서울 강남과 경기 지역의 BMW 딜러 매장을 둘러보다가 신기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딜러들이 제시하는 가격 할인율이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았던 것이다. 딜러들의 판매 경쟁은 치열하다. 통상 지역과 매장에 따라 할인율에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판매 딜러들이 가격 담합을 했기 때문이다.
BMW, 렉서스 등의 수입차 딜러들이 가격할인 한도를 정하는 등 담합을 해오다 적발돼 217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BMW와 렉서스의 가격 담합 탓에 판매 가격이 각각 370만원, 160만원 비싸게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7개 BMW 판매 딜러와 9개 렉서스 판매 딜러가 2004년부터 가격할인 한도와 거래조건을 정하기로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143억원, 7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BMW 딜러들은 할인경쟁이 격화돼 수익성이 떨어지자 2004년 9월 딜러 대표들로 구성된 딜러협의회를 통해 차종별 가격할인 한도, 딜러별 판매지역 및 거래조건(상품권 지급 및 영업직원의 개인수당 지급금지) 준수에 관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공정위는 BMW 딜러들의 합의기간인 2004년 9월부터 작년 12월까지 실제 판매된 차량별 평균 할인율은 합의가 이뤄지기 이전인 2004년 1~9월의 할인율보다 약 3.7%포인트 낮았다고 전했다. 그 결과 BMW 1대당 약 370만원(대당 1억원 가정)의 가격인상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BMW 딜러들은 매월 1회 이상 모임을 열어 담합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점검했으며, 고객을 가장해 타 딜러의 판매전시장을 방문하거나 전화로 확인하는 등 상호 감시활동을 해왔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렉서스 딜러들도 2006년 4월부터 딜러 영업이사가 참석하는 회의를 열어 가격할인 제한, 거래조건 설정 등을 합의했으며, 이에 따라 판매가격 평균 할인율이 약 1.6%포인트 하락했다. 이를 통해 렉서스 1대당 160만원(대당 1억원 가정)의 가격인상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또 아우디는 2004년 10월부터 판매 딜러들과 계약을 맺어 자사가 제시하는 차종별 판매가격 리스트에 따라 아우디 자동차를 팔도록 강요한 행위로 시정명령을 받았다.
공정위는 그러나 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등의 국내 수입사들이 외국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행위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것이라며 신고한 사건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공정위 관계자는 "가격 담합과 재판매 가격 유지행위가 그 동안 국내 수입차 판매가격이 외국에 비해 높게 형성되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 강력히 조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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