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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뢰 쌓기에 기여하는 MB 라디오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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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뢰 쌓기에 기여하는 MB 라디오 연설

입력
2008.10.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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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첫 라디오 연설을 했다.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기본 자세로서 기업의 도산을 막고, 일자리를 지키는 것을 으뜸으로 삼겠다는 정부 의지를 밝히고, 원화의 대 달러화 환율급등은 경제 기초체력과는 동떨어졌으니 심리적으로 동요하지 말자고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특별히 흠을 잡기 어려운, 무난한 내용이었다고 본다. 다른 연설과의 차별성이 부각되지 못해 애초의 '노변정담' 취지가 충분히 살아나지 않았다는 청와대의 자평에서도 역설적 안도감이 드러난다. 직접적 상관관계는 확인할 수 없으나,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상당한 안정세를 보인 데서 시장의 신뢰도 일부 확인됐다.

우리는 이 대통령이 특정 경제정책을 내세우거나 그에 대한 비판을 받아 치는 대신 정부의 방침만 담담하게 밝힌 것을 특히 평가한다. 연설이나 담화를 통해 정부방침을 밝히고 국민 협조를 호소하는 것은 국가 최고지도자의 본질적 권리이자 책무지만 정당정치 특성 상 정치 색채를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야당이 연설에 앞서 '전파 독점'에 강한 경계심을 보이고, 연설이 끝난 뒤 KBS 국감에서도 일방적 방송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것 아니냐고 따진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적 오해의 소지가 있는 언급은 피하는 게 맞고, 어제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이에 충실했다. 굳이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만한 내용은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적극 협력하겠다는 야당 지도자들의 자세에 고마움을 표하고, 국회에 대해 민생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 게 전부다.

이런 자세를 확고히 하는 것이야말로 이 대통령은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절실한 신뢰 구축의 길이다. 그 동안 이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의 정책구상과 원칙을 강조하기 위한 방편으로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내용을 자주 언급했다. 그 결과 '또 다른 편가르기'라는 비난을 사고, 지도력의 요체인 신뢰를 갉아먹었다. 바로 그런 점에서, 또 대통령은 여야를 떠난 국민의 지도자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연설이 더욱 사려 깊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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