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매케인 미 공화당 후보의 분투가 돋보인 토론이었다. 그러나 매케인 캠프측이 바랐던 극적인 반전의 계기는 주어지지 않았다.
15일(현지시간) 뉴욕주 헴스테드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열린 미국 대통령 후보간 세번째 이자 마지막 TV 토론에서 매케인과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앞의 두번의 토론보다는 훨씬 강도 높고 박진감 넘치는 공방을 주고 받았다. 다급해진 매케인이 공세에 나서고 오바마는 특유의 침착함과 정책의 일관성으로 맞서는 창과 방패의 형국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둘의 토론을 '공격적인 언더독(약자)'과 '냉정한 반격자'의 대결로 표현했다.
CBS 방송 밥 시퍼 앵커의 사회로 90분간 펼쳐진 토론에서 두 후보는 감세, 에너지, 재정적자, 건강보험, 낙태, 지구온난화 등 경제ㆍ사회 분야에서 광범위한 주제를 놓고 격돌했다. 토론 후반부에는 양측의 네거티브 선거 문제로 토론장을 뜨겁게 달궜다.
가장 첨예하게 맞붙은 감세문제에서 매케인은 오바마가 이번주 초 오하이오 유세에서 만난 조 워절버거라는 배관설비업자를 거론하며 포문을 열었다. 그가 "오바마의 세금정책은 나 같은 영세업자를 벌주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럽다"고 한 발언 때문이었다. 매케인은 "오바마가 하려는 것은 배관업자 조와 처지가 비슷한 수백만명의 세금을 올려 자신의 사업체를 가지려는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오바마 세금정책의 전제는 부를 나눠 갖자는 계급투쟁"이라고 몰아세웠다.
그러자 오바마는 시선을 돌려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조, 당신이 거기 있다면 내가 당신에게 벌금을 물리려고 하는 액수는 제로"라며 "나의 정책은 95%의 중산층에게 감세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두 후보는 배관업자 조를 무려 24차례나 언급해 마치 조의 표심을 얻기 위해 한판 승부를 벌이는 듯한 인상을 줬다. 뉴욕타임스는 "조가 경제해법에 대한 두 후보의 차이를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고 전했으며 AP, AFP통신 등은 이날 토론으로 작은 배관업체를 사서 독립하려는 조가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매케인을 한통속으로 묶으려는 오바마의 전략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등장했다. 매케인은 오바마가 "매케인에게 투표하는 것은 지난 8년간 실패한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4년 더 지속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매케인=부시 3기'의 논리를 펴나가자 중간에 말을 끊으며 "오바마 의원, 나는 부시 대통령이 아니다. 부시와 맞서기를 원한다면 4년 전에 출마했어야 했다"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네거티브 유세에 대해서도 두 후보는 책임공방을 벌였다.
오바마 후보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논리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자동차 분야의 무역 불균형을 재차 강도 높게 비판해 '자동차 정서'를 선거전략화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한국산 자동차는 매년 수십만대가 미국으로 들어오지만 한국이 수입하는 미국 자동차는 4,000~5,000대에 불과하다"며 "공정하지 않은 것은 자유무역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토론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는 지난 두번과 마찬가지로 오바마의 승리라는 대답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MSNBC가 토론 직후 실시한 온라인 조사에서 '누가 이겼는가'라는 질문에 84.3%는 오바마를 답했고, 매케인은 12.8%에 불과했다. '이번 토론이 투표에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질문에도 83.4%가 '오바마를 지지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답해 매케인의 승부수가 통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CNN과 CBS 방송 조사에서도 각각 58%와 53%가 오바마가 잘했다고 응답한 반면 매케인은 31%, 25%에 그쳤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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