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첫 걸음마를 떼는 아기 모습을 담은 한 이동통신사의 광고가 히트한 바가 있다. 아기가 첫 걸음을 떼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 마음은 세상을 다 가진 듯 뿌듯하다.
아기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돌을 전후해 첫 걸음마를 시작한 뒤 넘어지고 깨지면서 본격적인 성장을 한다. 걷기는 두뇌와 신경, 근육, 신체 등이 종합적으로 발달하는 복잡한 과정이다.
■ 늦어지는 첫 걸음마, 걱정도 방심도 금물
걷기 위한 준비가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알려면 아이가 '발달 단계' 중 어디쯤에 있는지 보면 된다. 아기는 '뒤집기→앉기→(기기)→서기→(붙잡고 걷기)→걷기'의 과정을 거친다.
간혹 아기가 기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 걷기 전 단계에서 기기보다 중요한 것은 '앉기'다. 허리가 튼튼해지면 아기는 안정된 자세로 앉을 수 있는데, 앉은 자세가 안정되면 아기는 손을 사용하거나 몸을 움직이는 데 보다 능숙해지고 정교해진다. 만약 적정 월령(늦어도 9개월)이 지나도록 아기가 제대로 앉지 못한다면 문제가 생긴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아기가 혼자 걸을 수 있는 시기는 대략 10~16개월이다. 어떤 아기는 10개월에 혼자 걷지만, 어떤 아이는 16개월이 돼야 엄마의 도움 없이 걷는다. 10개월에 걷든 16개월에 걷든 모두 정상 범주에 들어가므로, 걸음마가 늦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너무 일찍 걷기를 시작하면 걸음걸이가 불안정하고 잘 넘어져 부모에게 또 다른 걱정거리를 안길 수도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조금 늦는 거겠지'라며 마냥 방치해서도 안 된다. 아기가 생후 5개월이 지나도 고개를 가누지 못하거나, 9개월이 돼도 앉지 못하거나, 16개월이 지나도 걷지 못하면 소아정형외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 정확한 원인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엄마는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를 두뇌 발달과 연관시키기를 좋아한다. 빨리 걸으면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부모도 있는데, 사실상 신체 발달 속도와 뇌 발달과는 관련이 없다.
오히려 지나치게 일찍 걸음마를 시작하면 다리가 하중을 견디지 못해 'O자형'으로 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체중이 많이 나가는 아기보다는 덜 나가는 아기가, 내성적이고 소심한 아기보다는 활발하고 적극적인 아기가, 많이 아팠던 아기보다는 건강한 아기가 빨리 걷는 경향이 있다.
■ 보행기는 절대로 태우면 안 된다?
예전에는 걸음마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보행기를 태우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그런 경우가 드물지만 아직도 보행기를 '걸음마 연습기'로 잘못 아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보행기는 걸음마 연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아기가 보행기에 의존하면서 걷는 데 필요한 자극을 덜 받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소아정형외과 전문의들은 "가능하면 보행기를 태우지 말라"고 말한다. 보행기를 타는 것보다 많이 기어 다니는 것이 오히려 다리와 발 근육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것.
이런 전문가들의 조언이 확산되면서 보행기를 태우면 허리나 다리에 무리를 주어 성장 발달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무조건 멀리 하려는 엄마도 많은데, 이것 역시 잘못된 상식이다. 전문가들이 보행기를 태우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안전사고' 때문이다.
발바닥이 땅에 완전히 닿도록 보행기 높이를 조절하고, 아기가 이동하다 부딪치거나 넘어져서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항상 주의를 기울이면 그다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보행기는 허리에 힘이 생기는 6개월 이후에 하루 1~2시간을 넘지 않도록 태우는 것이 좋다.
■ 많이 업어주면 O자형 다리가 된다?
걸음마 시기 외에 다리 모양에 대한 관심도 높다. 흔히 아기를 많이 업어주면 다리가 O자형이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아기를 업어 키워왔는데, 그 덕분에 선천성 엉덩이관절 탈구가 다른 나라보다 적은 편이다. 엉덩이관절 탈구를 교정하는 부위와 업을 때 어른 몸에 닿는 아기의 다리 부위가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걸음마를 막 시작한 아기의 다리가 O자형으로 보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본래 아기의 다리는 '회전 성장'을 하기 때문에 휘어 보이는 시기가 있다. 즉 대부분의 아기들은 만 1~2세 때는 O자형이었다가 만 3~4세에는 X자형이 되고, 만 6~7세가 되면 곧게 펴지는 성장 과정을 거친다.
그러다가 어른이 되면 발끝이 바깥쪽으로 벌어지면서 걸음걸이가 점차 '팔(八)자형'으로 바뀐다. 이 과정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형질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
부모 다리가 다소 휜 듯한 모양이라면 아기의 다리도 휘어 보일 수 있다. 다만 한쪽 다리만 심하게 휘었다거나 다리가 지나치게 가늘고 허약하면 특정한 질병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다리가 휜 아기 중 비만이 심하거나 걸음마를 지나치게 일찍 시작한 경우, 나이에 비해 키가 매우 작은 경우, 구루병이나 전신 질환이 있는 경우 등은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
● 도움말 세브란스병원 소아정형외과 김선우 교수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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