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컬럼을 통해 '부시 저격수', '신자유주의 비판가'로 널리 알려진 폴 크루그먼(55)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가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13일 "폴 크루그먼 교수는 국제 무역과 세계화의 영향이 무엇인지에 답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을 만들었다"며 국제무역과 경제지리학 분야를 통합하는데 기여한 점을 수상 공적으로 뽑았다 그의 이론은 최근 수년간 노벨경제학상을 독식하다시피 해온 소위 신자유주의학파(또는 시카고학파)와는 달리 시장에서의 정부 역할을 중시하는 신케인즈학파에 속한다. 때문에 금융위기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현 시점에 그의 노벨경제학상 단독 수상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미국 금융위기로 지탄 받고 있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신자유주의학파의 거두로 통한다.
크루그먼 교수는 '비교우위론'으로 요약되는 기존 국제무역 이론에 미시경제학 분야의 '게임이론'을 접목시켜 1970년대 '신무역이론'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 영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르도 이후 전통 무역이론은 각 국가별 '비교우위'에 따라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상품을 수출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물품을 수입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현실의 무역은 비교우위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었다. 우리나라도 비교우위 이론에 따르면 농업이나 경공업만으로 성장했어야 하나, 보호무역을 통해 중공업, 자동차, 반도체 등 새로운 주력산업을 육성해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런 현상을 국가 사이의 역동적인 '전략 게임'으로 설명했다. 메사추세츠공대(MIT)에서 수학하며 크루그먼 교수의 수업을 들었던 안상훈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기존 국제무역의 비교우위론을 뛰어넘는 신무역이론을 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기 때문에 모두가 크루그먼 교수를 언젠가 노벨경제학상을 탈 학자로 평했다"고 회고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동시에 이런 전략들의 오류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1990년대 동아시아 경제위기를 선제적으로 예측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는 1994년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즈> 에 동아시아 경제가 앞으로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게재했다. 당시까지 이어지던 동아시아의 초고속 성장은 높은 생산성이 아닌 노동의 집중 투입에 따른 것이며, 조만간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당시만 해도 동아시아의 성장에 회의를 가진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불과 3년 뒤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 그가 창안해낸 신무역이론에 따른 분석의 결과였다. 포린어페어즈>
크루그먼 교수는 학문적 성과 못지않게 '독설'로도 유명하다. 특히 미 부시 행정부와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그는 2003년 부시 행정부의 재정정책에 대해 "재앙적 수준"이라고 비판했고, 그린스펀에 대해선 "부시의 추종자로 전락했다"고 비난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수상 발표 직후 "영예로운 이 상을 받은 것은 적어도 지금은, 삶을 바꿔놓는 경험"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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