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달러 사재기' 발언이, 정치권에서는 공방 이슈, 대중들 사이에선 연일 말안주다. 물가 폭등 등 실물경제가 비정상적으로 치달으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많은 이들이 사재기를 했고, 어쩌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골 난 사재기인데도, 새삼 화제인 이유는 사재기의 대상이 금도 아닌 '달러'이기 때문일 테다. "서민이 무슨 달러가 있어? 누구 염장 지르는 거야?"라고 분개하는 이들도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국민의 대다수, 즉 장롱 속에 달러 따위가 있을 리 만무한 서민과 빈민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설마 수집이나 기념 삼아 한두 장씩 갖고 있는 소액 달러 내놓으란 것이겠냔 말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언급한 '달러 사재기하는 국민' '달러를 갖고 있으면 환율이 오르고 바꾸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부 사람' '국가가 어려울 때 개인의 욕심을 가져서는 안된다'에서의, '국민' '일부 사람' '개인'은, 서민일 리가 없다.
말 그대로 달러를 사재기할 수 있는, 환차익으로 더 큰 부자가 될 생각을 가질 수도 있는, 개인의 욕심을 가져볼 만한, 사람들이다. 이 나라에서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누구겠는가? 상류층 등을 시원하게 긁어오다가 가래 한 번 뱉은 거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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