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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침체 공포' 국내강타/ 실물지표 곳곳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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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침체 공포' 국내강타/ 실물지표 곳곳 빨간불

입력
2008.10.17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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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비(금융 위기) 넘겼다 싶었더니 기다리고 있는 건 더 높은 산(실물 경기 침체 우려)이었다. 지금까지 금융시장의 충격이 "어느 금융기관이 또 파산할까"에 대한 공포심에서 비롯됐다면, 16일 금융시장 대혼돈은 "이제 전 세계 실물경제의 침체가 더 깊고, 빨리 진행될 수 있다"는 두려움의 결과로 보인다.

고용, 소비, 수출 등 발표되는 국내 실물 지표들에서도 금융위기의 여파가 강하게 묻어난다. 충분히 예상했고 불가피한 결과라고는 하지만, 속도와 깊이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실물 침체의 공포감이 더 클 수밖에 없는 건, 금융위기와 다르게 단시간에 극복할 묘책이 없다는 점. 우리 경제도 장기간의 혹독한 겨울을 날 준비를 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확연해진 내수 둔화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백화점 대형 3사의 지난달 매출이 1년 전에 비해 0.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소비 부진 속에서도 올 들어 꾸준한 매출 증가세를 보여왔던 백화점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것은 함의가 적지 않다. 지난달은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불거지면서 금융 위기가 본격화 한 시점. 정부 한 관계자는 "금융위기의 여파로 이제 부자들마저도 지갑을 닫기 시작한 것 아닌 지 우려가 된다"고 했다. 대형 마트 3사의 매출액은 1년 전보다 무려 9.2%나 줄었다.

고용 악화도 소비 침체를 더욱 부추길 소지가 크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 수가 정부 목표치(20만명)의 절반을 간신히 넘는 11만명 수준으로 추락했고, 아예 일자리 찾기를 포기하고 학생 신분으로 남아있는 20대가 10명 중 4명 꼴(37.3%)에 달했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과거엔 고용이 경기에 후행하는 지표였지만 기업들이 임시 일용직을 중심으로 재빨리 줄이면서 지금은 경기 동행적인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투자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직 9월 지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미 8월부터 둔화세가 확연하다. 설비투자 증가율(전년 동월비)은 7월 9.9%에서 8월 1.6%로 대폭 내려 앉았고, 선행 지표인 국내 기계 수주는 8월에 올들어 처음으로 마이너스(-1.7%)로 돌아섰다.

수출 엔진마저 식어가나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수출마저 불안해 보인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내수에 이어 수출까지 무너진다면, 우리 경기의 침체 골은 한 없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 달 들어 10일까지 수출은 113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6% 증가했다. 여전히 두 자릿수 증가라지만, 올 평균 증가율(22.9%)에 비해서는 턱 없이 낮은 수치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상황과 맞물리면서 앞으로 수출 둔화세는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은 "수출 다변화로 미국 금융위기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제한적"이라고 하지만, 세계 각국의 실물경제가 동시에 얼어붙는 상황에서는 다변화조차도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지금까지의 높은 수출 증가율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측면도 적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수출금액이 늘어난 요인을 제거하면, 수출 증가율이 지금보다 많이 둔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한 외국계 증권사(맥쿼리증권)는 내년 수출 증가율이 6%로 대폭 둔화할 거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상황에서 실물 침체에 대응할 수 있는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것이 공포감을 더욱 확산시키는 요인인 것 같다"며 "부동산 등 자산가격 붕괴는 실물 경제와 금융 부문 모두에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가장 우선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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