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10월 2일, 건군 20주년 기념 에어쇼가 한강 백사장 상공에서 시작됐다. 공군 F-5A 전투기 두 대가 굉음을 내며 서로를 향해 빠르게 돌진하자 20만 인파는 숨을 죽였다. 정면 충돌 일보 직전, 전투기들이 기체를 180도 뒤집은 뒤 스치듯 교차하자 한강변은 감탄과 환호성으로 가득찼다. 이 기술은 F-5A 기종으로는 세계 최초로 시도된 것이었다. F-5A 편대는 이날 15분 동안 12가지의 고난이도 공중기동을 선보였다. 이 팀이 그보다 한해 전에 출범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Black Eagles)다.
▦ 40년이 지난 요즘. 8명의 블랙이글스 조종사들은 광주 기지에서 새로 도입할 애기(愛機)와 호흡을 맞추느라 여념이 없다. T-50. 우리나라를 세계 12번째 초음속 항공기 개발국으로 자리매김해 준 국산 고등훈련기다. 2005년 11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에어쇼에 처음 참가해 '최고 참가업체상'을 받을 정도로 기술과 성능을 인정 받았다. T-50을 개발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따르면 세계 50여개 국가가 운용 중인 고등훈련기 3,300여대를 교체할 계획이다. 마침 T-50 수출 상담이 활발하다니 고무적이다.
▦ 항공기를 전시하고 성능을 직접 확인케 한 뒤 구매상담도 하는 행사가 에어쇼다. 에어쇼 중에서도 백미는 특수비행팀들의 곡예비행.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은 자국산 전투기로 특수비행팀을 구성, 에어쇼에서 첨단 기술력을 뽐내며 자국산 항공기 홍보 및 판매에 열을 올린다. 미국 해군'블루엔젤스'의 FA-18, 미 공군'선더버드'의 F-16, 영국'레드애로우즈'의 호크 T1A, 일본 자위대'블루임펄스'의 T-4 등이 대표적이다. 내년 10월 2년마다 열리는 서울에어쇼에서 선보일 블랙이글스의 T-50이 이들과 겨룰 날도 멀지 않았다.
▦ 그래도 경쟁력의 핵심은 사람이다. 이철희 중령. 40세. 올해 1월 블랙이글스 팀장이 됐다. 91년 공군사관학교 39기로 임관해 KF-16 등을 조종하며 2,600시간의 비행기록을 쌓았고, 99년부터 3년간 블랙이글스 팀원으로도 활약했다. 그와 그가 이끄는 블랙이글스 팀원들 어깨에 T-50과 한국 항공산업의 미래가 걸렸다. 하지만 다른 조종사들보다 더 위험한 임무를 맡은 이들에게 특별한 대우란 없다. 그저 블랙이글스라는 명예와 자부심만으로 버틴다. 이들이 고난이도 기동을 할 때 관중은 환호하지만 가족들은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이들과 전투 조종사들에게 무엇을 해줘야 하는지, 답은 나와 있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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