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모(35ㆍ서울 서초구 잠원동)씨는 15개월 된 외동딸 서현이에게 한 통(900g)에 5만9,000원짜리 분유를 먹이고, 29만8,000원짜리 유아복을 입히며, 140만원짜리 유모차를 태운다. 며칠 전에는 피부에 좋다는 유기농 유아용품 30만원 어치를 구입했다. 식비와 의류비 등으로 한 달에 100만원이 쉽게 들어가지만, "아이 하나 있는데, 남들보다 뒤지지 않게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소비 침체가 심각하지만 '골드키즈' 시장은 쑥쑥 자라고 있다. 부모는 물론 조부모와 이모 고모 등 8명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 한 아이에게 집중되는 것을 일컫는 '8포켓 1마우스' 현상이 키즈 시장의 고급화를 부추기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아(0-4세) 수는 2006년 239만212명에서 2007년 230만4,672명, 올해 225만5,184명으로 매년 2~3%씩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도 백화점 유아용품 매장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고 특히 고가의 수입브랜드 매출은 30% 이상 증가했다.
14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 들어 일반 유모차 매출 신장률은 20%선이지만, 고가 수입유모차의 매출은 30% 이상 증가했다. 수입 유모차 가격은 '스토게(노르웨이)' 149만원, '빼그빼레고(이탈리아)' 165만원, '퀴니(네덜란드)' 105만원 등으로 100만원대를 호가하는데도 들어오기 무섭게 팔린다. 유아의류브랜드 '모크베이비'는 150만원짜리 아동용 가죽코트 및 정장세트를 가을 신제품으로 기획, 예약 판매하고 있다. 카탈로그 주문이 초반 20~30%에 이르는 등 반응이 뜨겁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유ㆍ아동용품 매출이 작년 대비 21.5% 증가했다. 그 중 수입브랜드 매출은 40% 오름세를 보였다. 또, 지난 달 '트루릴리전', '미스 블루마린', '로베르토 까발리', '룸세븐'을 비롯 한 벌에 100만원을 호가하는 '아이핀코 팔리노' 등 25개 고가 수입브랜드로 구성된 아동복 편집매장 '키즈 스타일'을 열고 단골고객 100명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현대백화점도 올 들어 유아용품 매출이 전년 대비 5% 상승세인 가운데 수입브랜드 매출은 10% 이상 늘어났다.
일반 제품보다 가격대가 20% 이상 높은 유기농 제품류도 인기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판매 중인 40만원 대 '쇼콜라' 옥수수이불, '프리미에주르'의 녹차이불, 60만원 선인 오가닉이불 등은 월 25개 이상 판매되고 있다.
골드키즈는 돌잔치도 호화롭다. 서울 프라자호텔은 500만원에 이르는 초고가 돌잔치 수요가 올해 10월까지 전년 대비 2.5배나 늘어났다. 호텔 관계자는 "풍선 대신 생화로 장식하고 답례품도 떡 대신 컨셉트에 어울리는 고급 선물을 제공하는 등 갈수록 고급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어린이 전용 문화시설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1년에 60만원이 드는 어린이 전용 회원제 스포츠 클럽 '플레이펀'이 올해 8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문을 열었고, 지난해 11월엔 국내 최초 어린이 전용 미술관 '헬로우 뮤지엄'이, 올해 5월엔 어린이 클래식 전용관 '1m 클래식 아트홀'이 골드키즈를 겨냥해 영업을 시작했다. 플레이펀 관계자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안전한 어린이 전용시설을 많이 찾는데다 부모들이 가격에 상관없이 기능성과 편의성을 중시하는 골드키즈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어린이 전용시설이 느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골드키즈 바람은 현실이지만 과도한 대리만족 욕구로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우려도 있다. 유홍준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골드키즈 현상은) 출산율 저하에 따른 소규모 가족의 사회적 특징으로 젊은 엄마 네트워크에서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과시성 소비라는 점에서 '명품병'의 또 다른 변형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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