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 소설을 가르쳐주고 배울 수 있는 데가 매우 많다. 그런 곳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교육형식이 '합평회'다. 합평회를 하다 보면 시 시간에는 '소설 문장 같은 시'가 많이 나오고, 소설 시간에는 '시 문장 같은 소설'이 자주 나온다. 분량의 차이만 명백할 뿐 문장 상으로는 시인지 소설인지 구분이 쉽지 않다. 이런 현상은 시와 소설에 대한 창작자와 독자 모두의 견해가 변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시 같은 소설, 소설 같은 시가 아니라 새로운 장르가 등장한 것이다.
시와 소설을 결합한, 혹은 경계를 무너뜨려 아우른, 아니 시와 소설과 아무 상관없는 전혀 새로운 그 어떤 것! 퓨전인 거다. 세상 거의 모든 분야가 퓨전을 새 시대의 진리인 양 외치고 있다. 국립국어원은 퓨전을 '서로 다른 두 종류 이상의 것이 합해져 새로운 것이 됨'이라고 촌스럽게 정의하고 있지만, 퓨전은 강력한 이미지와 막강한 영향력으로 모든 개성들을 집어삼키고 있는 거다. 마지막까지 퓨전에 반항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문학도, 실은 열심히 퓨전 중이다.
시와 소설의 혼합 열정에서 볼 수 있듯이. 퓨전이 좋기만 한 걸까? 전혀 새로운 것 하나를 얻은 대신, 합해지는 데 참여한, 소중한 개성들은 멸종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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