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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경제 '3대 뇌관' 제거하라/ 건설업계 '12월 대란설' 솔솔…주택시장이 최대 지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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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경제 '3대 뇌관' 제거하라/ 건설업계 '12월 대란설' 솔솔…주택시장이 최대 지뢰

입력
2008.10.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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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간 금융시장을 초토화시킨 금융위기의 진원지는 외부였다. 하지만, 혹시 앞으로 찾아올지 모를 위기는 한국 경제 내부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여전히 내년 성장률 5%를 주장하고 있지만,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물론 한국은행조차 3%대의 어두운 성장률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융위기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적인 실물 경제 침체로 이어진다면, 우리 내부의 뇌관이 터지면서 단순한 성장률 하락을 넘어 더 큰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 서둘러 제거해야 할 우리 경제의 뇌관이 무엇인지, 그리고 대책을 짚어본다.

① 부동산 대출 부실화

만일 세계 금융위기가 국내 실물경제에 본격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면 부동산 시장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특히 시기적으로 겨울에는 부동산 매매가 거의 없는데다, 은행들도 12월까지 자기자본비율(BIS기준)을 맞추기 위해 대출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커 시장에선 '12월 부동산 대란설'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업계의 공조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신용경색→대출금리 상승→주택수요 급감→건설경기 침체→건설사 부실→금융권 부실심화 등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는 이미 어느 정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 소비자들이 주택구입을 꺼리면서 새 아파트 미분양은 쌓여가고, 건설사들은 분양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8월에 신고된 아파트 실거래 건수는 총 2만7,233건. 2006년 1월 실거래가 신고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저치다. 또한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9월까지 16만 가구를 돌파했다. 정부가 미분양 집계를 시작한 1993년 이후 역시 사상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집값(자산가치) 하락으로 주택시장이 붕괴될 경우 소비심리 위축, 가계 파산, 금융기관 부실 등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 전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달 500조원을 돌파한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의 절반 이상은 바로 주택담보대출이다.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는 반면, 대출금리는 급상승하면서 가계의 이자부담도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고정형 부동산담보대출금리가 10%대에 육박하자 주택대출자는 물론 금융권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건설시장의 최대 뇌관으로 지목돼 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일단 고비는 넘긴 상황. 지난달 말 21개 증권사가 '건설업계 지원을 위한 금융권 자율협약'에 가입하면서 올 연말이 만기이던 2조5,000억원어치의 채권상환이 1년 연장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침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6월말 현재 60조원이 넘는 부동산 PF대출은 수출 중소기업의 금융부실(키코 등)과 더불어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뇌관으로 남을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유정석 수석연구원은 "중견건설사의 경우 정부는 업계의 노력만 요구하고, 업계는 정부 지원만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정부는 투기수요는 줄이면서도 실수요는 늘리는 대책을, 업계는 분양가격을 자율적으로 인하하는 등의 공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분양아파트를 20~30% 싸게 사서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파는 등의 다양한 부동산 펀드를 활성화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② 유동성 위기

글로벌 자금시장 경색에 따른 국내 달러 유동성 문제도 향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뇌관 중 하나이다. 자금시장이 완전 정상화하기까지는 아직 요원하고, 국내 은행들에 내재한 문제도 여전해 유동성 문제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금융위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에 비해서도 엄청나게 폭등했다. CDS는 부도 위험을 방지하는 파생상품으로, CDS 프리미엄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부도 위험이 높다는 뜻이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외화 차입 여건이 상대적으로 더욱 어려웠고, 원ㆍ달러 환율이 폭등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윤영환 연구원은 "외신이나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주로 지적하는 것은 우리나라 은행들의 신용 문제"라고 지적했다. 외환위기 당시에 비해 기업들은 매우 튼튼하고 현금 흐름도 좋아졌기 때문에 국가 신용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지만, 은행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자기자본 대비 차입 비율 등을 봤을 때 현재 국내 은행들은 미국이나 유럽 은행에 비해 훨씬 건전한데도 이 같은 눈초리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최근 수년 동안 예금이 정체 상태에 머무는 와중에도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대출을 늘린 것을 원인으로 꼽는다. 이 때문에 국내 은행의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중)은 2006년 말 109%에서 지난달 말 124%로 급격히 높아졌다. 선진국의 경우 예금이 대출을 초과하지 않아야 건전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정부가 일반 예금에 양도성예금증서(CD)를 포함한 예대율(103%)은 높지 않다고 여러 번 강조했지만, 국제 사회는 같은 우려를 반복하고 있다.

은행들이 자산 확대 과정에서 외화 대출 의존도가 빠르게 높아진 것도 문제다. 은행들의 대출자산 대비 외화 차입 비중은 2005년 7.0%에서 올해 6월 10.4%로 급증했다. 물론 국내 은행의 단기 외채에는 국내ㆍ외 금리차를 이용한 재정거래를 위해 외국은행 국내 지점이 본점에서 조달한 것도 포함된다. 그러나 이번과 같은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외국은행 본점이 유동성 압박을 받아 재정거래를 포기하고 국내 지점에서 자금을 회수해 갈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은행권의 외화 차입 비중이 높은 것은 위기 상황에서 외화 유동성 문제를 불러올 수 있는 요인이 된다.

한국글로벌금융연구소 박동창 소장은 "또 다른 금융위기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은행 여신의 건전성 관리, 자본적합성, 수익성 및 유동성 관리 등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하며, 예대비율 및 외화 차입의 증가속도 및 그 비중을 적정선에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③ 정부 '가벼운 입'

펀더멘탈이 아무리 견고하다고 해도, MB정부 출범 초기부터 계속 노출되고 있는 정책 혼선과 당국자들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은 언제라도 우리 경제의 뇌관을 건드릴 태세다.

MB경제팀의 잦은 경제 정책 혼선에 시장은 헷갈릴 수 밖에 없었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부처간 조율 없이 대책을 발표, 혼선을 빚기 일쑤였다. 청와대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주택공급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국토부는 그린벨트 해제 검토를 부인했고, 재정부가 양도소득세 감면 거주요건을 강화하자 국토부는 시행 유예를 주장했다.

정부 감세안을 놓고도 당ㆍ정ㆍ청이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감세안을 비롯한 MB노믹스의 핵심 공약 사항 추진의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파열음을 내고 있다. 강 장관은 "현 상황에서는 감세를 오히려 조기에 한다든지 폭을 확대하는 게 맞다"고 굽히지 않는 등 여당과 엇박자를 냈다. 이제는 MB정부가 '작은 정부'를 표방하며 폐기한 경제부총리 부활을 여당이 들고 나와 청와대와 갈등을 빚는 양상이다.

최근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에 맞서 정부가 내놓은 대책도 오히려 시장에 불안을 부추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ㆍ중ㆍ일 3국 재무장관 회의, 금융정상회담을 제안한 것도 대표적 사례. 이 대통령이 당사국간 사전 조율 없이 금융위기 해결을 위한 3국 정상회담까지 제안하자, 시장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서두르는 것을 보니 한국의 외환 보유액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으며 원ㆍ달러 환율 폭등에 불이 붙었다. 정부의 의도를 시장이 다르게 받아들여 역효과를 낸 것이다.

MB정부 출범 초기부터 경제팀의 오럴 리스크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여당인 한나라당도 실패했다고 평가하는 환율정책은 강만수 장관 등 외환당국 수뇌부들이 환율 상승을 용인하는 발언을 쏟아내 환율 상승에 기폭제를 제공한 결과물. 해외에서도 우리 정부 당국자들의 무책임한 발언에 대해 경고할 정도다.

이달 초 무디스의 자회사인 무디스이코노미닷컴은 "한국에서 외환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는 과장됐다"는 평가에 덧붙여 "정부가 금융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내놓는 말이나 행동이 오히려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 거시ㆍ금융연구부장은 "전세계적인 경기 둔화 속에서, 정부 등 모든 경제 주체들이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며 "정부는 시장에 잘못된 기대감을 심어주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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