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때문에 망했다." 요즘 심심찮게 들리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잘 나가던 중소기업이 예상치 못한 환율 상승으로 부도에 이르거나 부도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들 중소기업은 환율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환 헤지용 금융상품'을 가입한 상태였다.
과연 환 헤지형 금융상품이 무엇이길래.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키코(KIKO)라는 환 헤지용 금융상품의 수익구조(payoff)를 제대로 알면 쉽게 이해가 된다. 한마디로 키코는 '반쪽짜리' 환 헤지 금융상품이다. 환율이 일정구간에서 움직일 때는 환 손실을 줄일 수 있지만 구간을 벗어나면 오히려 큰 손실이 발생하는 수익구조를 가졌다.
쉽게 생각해서 자동차 보험에 가입했는데, 작은 사고는 보상해 주면서 정작 비싼 외제차와 사고가 나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꼴이다. 환 헤지용 금융상품이라고는 하지만 환율이 크게 변동할 때는 환율변동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다.
최근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처럼 환 헤지를 하고도 후회하는 해외펀드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일본펀드 예를 들어보자. 지난 해 출시된 일본펀드의 경우 똑같은 이름의 펀드가 두 개 있었는데, '환 헤지형'과 '환 위험 노출형'이다. 즉 환 헤지 여부에만 차이가 있을 뿐 투자방법이나 운용 등 나머지는 동일한 펀드였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두 펀드의 투자수익률은 천차만별이다. 환 헤지를 하지 않은 일본펀드가 환 헤지를 한 펀드보다 20%가량 높은 수익률을 보인 것이다. 일본 엔화의 강세로 환 헤지를 하지 않은 펀드가 오히려 높은 환차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최근 환율이 요동을 치다 보니 해외펀드 투자에서 환율이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해외펀드 투자 시 환율을 고민하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국내에서 출시되는 해외펀드는 대부분 펀드 자체 내에서 환 헤지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투자자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환율 변동과 무관한 것은 아니다. 브릭스(BRICsㆍ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이머징마켓(신흥시장)에 투자하는 경우 환 헤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투자국가의 통화가 강세를 보일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반면 역외펀드(Off-Shore Fund)의 경우 환 헤지 여부를 투자자가 직접 선택할 수도 있다.
사실 지난 해 펀드 가입 시 지금과 같은 고환율 시대를 예상했다면 당연히 환 헤지를 하지 않았어야 정답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4년 만에 최고의 환율을 기록하고 있지 않는가.
현시점에서는 환차익을 올린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위험 관리다. 해외펀드 투자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이 아니라 과감히 한 마리는 포기하는 것이 어떨까. 두 마리를 모두 잡기에는 한 마리가 너무 멀리 달아나 있기 때문이다. 환율의 추가상승을 기대하고 환차익을 노리기에는 너무도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자칫 환율이 하락할 경우, 환 헤지를 하지 않으면 특정국가에 투자해서 투자수익이 발생했더라도 환차손으로 결국 펀드 전체적으로 투자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환 헤지가 환율 상승기에는 '독'이지만 환율 하락기에는 '약'이 된다는 사실을 주목할 때인 것 같다.
김상문 삼성증권 PB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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