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넷 나이에 일제시대 유일의 독립적 문예조직이라 할 카프(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ㆍKAPF)를 이끌었고, 해방 후 월북했다가 미제 스파이로 몰려 비참한 최후를 맞았던 임화(1908~1952).
삶은 불우했지만 한국 현대문학사상 '최대의 문제적 인물'로 불리기도 하는 문인이다. 올해는 임화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 그의 이름을 단 문학상이 제정되고 전집이 간행되는 등 임화의 생애와 문학이 적극적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시인, 문학사가, 문학비평가, 문학운동가 등 임화의 다채로운 면모는 그의 작품이 1988년 남한에서 해금된 이후 20여년간 문학연구자들 사이에 소위 '임화 붐'을 일으켰고, 90년대 초에는 우리 신문학 역사를 외국문화 이식의 역사로 파악한 그의 '이식문화론'을 놓고 큰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랫동안 금기였지만 '네가 지금 간다면, 어디를 간단 말이냐?/ 그러면, 내 사랑하는 젊은 동무,/ 너 내 사랑하는 오직 하나 뿐인 누이 동생 순이(順伊)…' 로 시작하는 임화의 시 '네거리의 순이'와 '우리 오빠와 화로' 등은 지금은 교과서에 실려 있다.
부지런한 독서가ㆍ성실한 평론가라는 말처럼 그는 방대한 자료를 남겼으나 1980년대말 이후 몇번의 전집 발간 시도는 번번히 무위에 그쳤다.
30일 출간되는 <임화문학예술전집> (소명출판 발행)은 이런 맥락에서 한국문학사를 짓눌렀던 큰 짐 하나를 덜어주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임화의 시와 문학사, 평론, 산문과 연보 등을 포함해 모두 8권으로 구성된 전집은 임규찬 김재용 류보선 등 중견 문학평론가들의 8년에 걸친 노력의 결실이다. 임화문학예술전집>
염무웅 임화문학연구회 회장은 "임화는 카프를 대표하는 시인들 중 한 사람이기도 했지만 날카롭고 공격적인 수많은 평론의 집필로 우리 근대문학비평을 건설한 주역"이라며 "기존의 임화 연구들이 특정 장르와 시기, 주제에 고착돼 총체적 연관성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전집 발간은 그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문학사적 명예를 복원시키기 위한 '임화문학상'도 제정된다. 지난해 꾸려진 임화문학상위원회는 내년 첫 수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시ㆍ문예평론ㆍ문학사연구 등 장르와 경계를 넘나든 전방위적 문필가로서의 임화의 위상에 걸맞은 인물을 수상자로 선정할 계획이다.
임화의 문학세계를 다양하게 조명하는 학술행사도 열린다. 민족문학사학회와 한국작가회의 부설 민족문학연구소는 17, 18일 숭실대에서 '임화 탄생 백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17일에는 비평가ㆍ시인ㆍ문학사가로서의 임화를 각각 조명하는 주제발표가 이어지고 18일에는 그의 민족문학론 등 그간 연구에서 미진했던 문제를 규명하는 연구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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