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짓지 않는 부재지주들이 거액의 쌀 직불금을 수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농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농민과 시민단체들은 특히 4만명에 달하는 공무원들이 직불금을 수령한 사실에 대해 "도덕적 해이의 극치"라며 해당자에 대한 수사와 제도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15일 충북 음성군 소이면에서 벼농사 8,200㎡(약 2,400평)를 짓는 이상정(43)씨는 "쌀 직불제를 담당한 공무원들이 직불제 신고센터를 운영해 온 자체가 코미디"라며 "농민들을 우롱한 해당 공직자들을 국고를 횡령한 혐의로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남 논산시 노성면에서 1만3,200㎡(4,000평)의 논을 빌려 농사를 짓고 있는 박재영(35)씨도 "농사와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직불금을 타는 것을 보면 농민들을 착취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분노를 표시했다.
그는 "그들이 농지를 소유하는 것은 투기때문이 아니겠느냐"면서 "그들 때문에 땅값만 올라 '경자유전(耕者有田)'의 대원칙이 훼손되고, 생산비가 덩달아 올라 농민들만 곤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전남 장흥농민회 박형태(39) 사무국장은 "부재지주들이 직불금을 주지 않으면 땅을 임대하지 않겠다고 협박해 전남 농민 30%가 직불금을 지주들에게 바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사실을 뻔히 알고 있는 당국이 왜 직불금 제도를 방치했는지 궁금했는데 이번 공무원 대규모 수령 사실을 보고 이유를 알게 됐다"고 비난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충남도연맹 엄청나(30) 정책부장도 "농민들의 어려움을 보전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직불금제도가 고위공무원 등 엉뚱한 사람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며 "현재의 직불금 지급제도를 벼 수매가에 합산하는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항의 시위와 집회도 잇따랐다. 한국농업경영인경북도연합회 회원과 지역농민 600여명은 이날 경북 구미시 구미칠곡축협 해평지점 앞에서 수매가 인상과 쌀 직불금 부정수령자 처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농협을 상징하는 상여를 만들어 불태우고 트랙터 4대를 동원해 600여평의 벼논을 갈아 엎었다. 한농연경북연합회 이일권 회장은 "농민들은 죽어나는데 농협 임직원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정부와 정치권은 쌀 포기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투쟁강도를 높여 스스로 권익을 찾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9일부터 경주시 외동농협 앞에서 추곡수매가 현실화를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는 한농연경주시연합회 회원 300여명도 직불금 부정수령자 처벌을 요구하며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농민들은 또 16일 태안에서 열리는 국회 국토해양위의 태안 기름유출사건 국감장을 찾아가 직불금 부정수령자 및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책 마련, 추곡수매가 현실화를 국회의원들에게 건의할 방침이다.
전농은 이날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쌀 직불금 불법수령 고위공직자 중징계와 의법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고, 경실련도 농지불법소유실태조사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직불금 불법수령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요구했다.
청주=한덕동 기자 ddhan@hk.co.kr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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