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국사편찬위, 좌편향 논란 부분 등 49개항 언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국사편찬위, 좌편향 논란 부분 등 49개항 언급

입력
2008.10.17 00:22
0 0

국사편찬위원회가 16일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언한 고교 2, 3학년용 한국근ㆍ현대사 역사교과서 '수정 가이드라인'은 총 49개항이다. 일종의 총론이라고 할 수 있는 개관 가이드라인이 12개항, 각론인 단원별 가이드라인이 37개항이다. 교과부는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정부 일부 부처와 보수단체에서 수정을 요구했던 253개 개별 표현을 심의해 수정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대한민국 정통성 세워야"

핵심은 좌편향 논란의 중심에 있는 '현대사회의 발전' 단원이다. 모두 14개항의 수정 가이드라인이 담겨 있다.

우선 미국과 소련에 대한 서술의 경우 특정 국가와 특정 이념에 치우친 편향된 시각을 지양하고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객관적으로 기술토록 했다. 이는 금성출판사 한국근ㆍ현대사 253쪽 '연합군이 승리한 결과로 광복이 이루어진 것은 우리 민족 스스로 원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데 장애가 되었다'는 표현의 수정을 요구하는 대목이다. 보수성향 단체인 교과서포럼은 이 부분이 "가장 이념적으로 편향된 서술"이라며 수정을 교과부에 요청한 바 있는데, 국사편찬위측에서 수용한 셈이다.

대한민국 정통성 부분도 언급됐다. '대한민국 정부는 대한제국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한 정통성 있는 국가임을 설명한다'고 명시했다. 이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경우 금성출판사 한국근ㆍ현대사 247쪽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 가 수정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게 교과부측 판단이다. 교과서포럼은 대한민국 현대사 서술이 시작되는 현대사회의 발전 도입부에 시가 소개된 데 대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매우 선동성이 강한 시를 게재할 근거가 없다"며 반발해 왔다.

한국전쟁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됐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고, 유엔군 참전과 중국군 개입 등 국제적인 전쟁으로 확산되면서 3년 동안 이어져 심각한 인적 물적 피해가 있었음을 설명하라'고 제시했다. 또 이승만과 박정희 정권 기술의 경우 '독재정치와 민주화 운동을 서술하면서 그 배경에 대해 함께 설명한다'고 규정했다. 이승만ㆍ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정적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하고있다는 일부 교과서의 수정을 기정 사실화 한 것이다.

100여개 표현 바뀔 듯

교과부는 수정 가이드라인이 나온 만큼 이달 말까지는 교과서 출판사와 집필진에게 보낼 수정권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고교 역사과목 교사와 장학사, 교수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역사교과서 전문가협의회'가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정밀 심의작업을 벌이면 '10월말 수정권고안 통보→ 11월말 최종 수정안 확정→ 내년 3월 개정 교과서 활용' 등 일련의 계획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관심사는 수정 여부 검토 대상 253개 개별 표현 중 과연 몇 개나 수정이 이뤄지고, 집필자들이 교과부의 수정 결정을 수용할 지 여부다. 교과부 관계자는 "국사편찬위가 수정을 전제로 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만큼 단순한 자구 및 오자 수정을 제외한 100여개 수정 의뢰 표현들을 대부분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집필진의 수정 요구 거부 가능성에 대해서는 "합의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 보수 단체 "자학 역사관 바로잡을 기회" 전교조 등 "시대정신에 어긋나는 결정"

국사편찬위원회가 16일 고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가 대한민국의 정통성 기술이나 객관성 등에서 문제가 있다고 사실상 인정하고, 교육과학기술부가 좌편향 논란이 일고있는 표현들에 대해 자체 수정 여부 심의를 결정한 데 대해 교육ㆍ시민단체의 반응이 엇갈렸다.

현행 교과서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학생들에게 특정 의견을 강요한다고 주장해온 보수단체들은 "지난 정권이 만들어낸 자학적인 역사관을 바로잡을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10년간 근현대사 교과서는 헌법정신을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실보다는 집필자들의 자의적 해석을 학생들에게 강요했다"며 "초등학생 30%가 6ㆍ25가 남침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왜곡된 교육 현실을 고쳐나갈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변철환 뉴라이트전국연합 대변인도 "원론적 수준이긴 하지만 국사편찬위의 결정은 대한민국 구성원이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중립적이고 정확한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며 "지난 정부의 좌편향된 교과서 기술내용을 바로잡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이 이룩한 자랑스런 업적을 떳떳이 알리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조는 "교과서의 정치적 중립성과 집필진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검인증 교과서체제를 コ街蔘?渼募?것"이라며 "북한 서술 문제만 해도 전문가들의 양심과 소견에 따라 판단하면 되는데, 국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반발했다. 윤종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국가에서 특정화시킨 서술을 통해 한 가지 시각에서 가르치라는 것은 교과서의 의미를 훼손시키고, 다양한 시대에 다양한 가치를 가르쳐야 할 시대정신에도 어긋나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