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경제 전반에 빨간 불이 켜졌다. 국내 주식ㆍ외환시장도 요동을 치고 있다. 그러나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의 어려움을 떠올릴 필요는 없다. 그 당시는 외환보유액 자체가 부족했으나, 지금은 달러가치 급변으로 은행과 기업들의 보유 외화가 시장에 나오지 않는 유동성의 문제다. 외화의 주 공급원인 수출 동력도 매우 튼튼한 편이다. 9월까지의 수출액은3,295억 달러로, 수출증가율(22.9%)이 작년 증가율(14.6%)보다 2배 가까이 높다. 선진국에 대한 수출은 둔화세지만, 중동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에 대한 수출은 30% 이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 시대의 새 탈출구로
최근 수년간의 세계경제를 보면 선진국보다는 개발도상국들의 성장률이 높다. 우리 수출도 개발도상국을 발전 파트너로 삼아 더욱 발전해갈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산업이 바로 해외플랜트이다. 해외플랜트 시장은 유사 이래 최고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중동 중남미를 비롯한 자원부국들이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석유화학 등 산업기반 확충을 위한 플랜트 발주를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과 에너지정책의 책임자로서 해외자원 확보를 위해 세계 각국을 누비면서 느낀 것이 있다. 우리의 성장 파트너는 자원부국들이며, 개발도상국인 이들 국가에 플랜트 수출을 확대한다면 앞으로 수십 년은 한국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플랜트수출은 일반 수출상품과 달리 상대국의 고용 창출, 산업인프라 건설을 통해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효과가 크다. 통상마찰이나 수입규제가 적어 협력 가능성이 높고 동반 발전의 가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플랜트산업은 일반적인 서비스업이나 제조업보다 산업연관 효과가 2∼3배 높다. 1억 달러를 수주할 때 국내 관련산업 전체로는 3억 달러의 생산유발효과가 있다. 금년 9월까지의 해외플랜트 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382억 달러로, 연말까지는 '해외플랜트 500억 달러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해외 플랜트건설 전문지(ENR)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세계플랜트 시장점유율은 3% 정도로, 미국(30%), 중국(14%), 프랑스(13%), 일본(12%) 등에 이어 세계 9위 수준이다. 정부는 플랜트산업이 2012년 수주액 1,000억 달러, 세계시장 점유율 10%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해외수주ㆍ인력 양성 적극 지원
우선, 중동지역 오일달러 위주의 수주구조를 중남미 CIS 아프리카 등으로 다변화하도록 하겠다. 코트라 해외 거점 무역관에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중동 인도에 있는 해외수주 지원센터를 중남미 CIS지역에도 추가 설치해 기업의 현지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한국플랜트산업협회에 '플랜트 전문인력 양성센터'를 설치하고, 총 61억원을 투입해 체계적 인력양성과 공급을 꾀하겠다.
해외플랜트 수주가 기자재 수출과 직결돼 외화가득률과 무역수지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2009년부터 기자재 국산화를 위한 기술개발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국산 기자재 사용비율은 담수플랜트(70%)를 제외하고는 분야별로 평균 15∼35%에 불과하다
15일 서울에서 중남미, 중앙아시아 등 해외 유수의 발주처와 정부의 주요 인사, 국내 플랜트업계가 참여하는 '2008 Plant Industry Forum'이 개최된다. 플랜트를 통한 국가 간 협력과 발전방안을 논의하고 우리의 발달된 플랜트산업 현장도 소개할 계획이다. 한국 플랜트산업이 세계 각국에 널리 홍보되어 신흥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재훈 지식경제부 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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