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의 중국 접근이 시작됐다.
테러와의 전쟁으로 미국에 가까워졌다 이제는 멀어져 가는 파키스탄이 중국에 접근함으로써 중국, 인도, 파키스탄, 미국 등 4국을 둘러싼 관계 변화가 예상된다.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14일 오후 베이징(北京)에 도착, 3박 4일간의 국빈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자르다리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등과 회담을 했지만 외국 원수와의 회담을 위해 외국을 방문한 것은 중국이 처음이다. 이번 방문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13일 중-파 외무장관회담에서 양측은 "이번 방중을 통해 양국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한층 격상시킬 것"이라고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자르다리 대통령은 15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를 만나면서 몇 가지 실리를 얻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AFP 통신은 금융위기에 따른 유동성 고갈로 채무불이행 위험을 안고 있는 파키스탄이 위기 타개를 위해 5억~15억 달러 차관의 지원을 중국에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파키스탄은 중국과의 원자력 에너지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이미 파키스탄 펀잡 지역에 중국과 함께 원전을 건설중인 파키스탄은 앞으로 8,000메가와트 규모의 원전을 건설하는 데 중국이 적극 협력해줄 것으로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도가 미국과의 민수용 핵 협력 협정을 통해 핵 연료 등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상황을 염두에 둔 행보이다. 따라서 자르다리의 이번 중국 방문은 핵 문제에서 4개국간 합종연횡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은 아라비아해에 접한 파키스탄의 그와다 항 개발에 대한 파키스탄의 협력이 절실하다. 이 항만을 개발할 경우 중국 해군이 아라비아해와 인도양에서 활동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될 수 있다.
인도를 견제하기 위해 구축해온 양국의 군사협력을 지속적으로 증진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쓰촨(四川)대학의 남아시아 연구소 천지동(陳繼東)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자르다리 대통령은 결코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양측간 이해관계가 적절이 반영돼 중-파간 관계가 상당히 진전될 것이라고 점쳤다.
하지만 중-파간의 관계가 테러와의 전쟁 이전 수준으로 발전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이르다. 그간 으르렁대기만 했던 중국과 인도가 국경 분쟁을 종결하고 관계정상화를 위한 행보를 이어가는 중인 데다 미국도 인도와 핵 협력을 진행하는 등 지역 내 대립 양상이 상당히 무뎌졌다. 순스하이(孫士海)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중국은 인도와의 관계 정상화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며 중국과 파키스탄간의 밀월이 재연되더라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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