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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과학기술과 정보혁명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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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과학기술과 정보혁명의 만남

입력
2008.10.1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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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대 미국과 영국의 생명공학 분야에서 있었던 일이다. 1900년 대 초부터 영국은 물리학뿐만 아니라 생물학, 특히 분자생물학 분야에서 독보적 발전을 이루었다. 경쟁국 미국의 과학자들은 분자생물학 발전을 위해 핵폭탄 제조 기금을 연구비로 쓸 수 있도록 의회에 건의했다. 미 의회는 건의를 받아들여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1988년에는 80억 원을 들여 세계 최초의 '국가 생명공학정보센터(NCBI)'를 설립했다.

센터는 정보 축적ㆍ통합 관리 뿐만 아니라 완전 공개로 전 세계의 연구자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센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연구자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고, 세계 주요 생명의료 관련 저널과 연구자로부터 서열 및 구조 정보를 제공 받게 되었다. 이 즈음 보급된 인터넷은 변화에 박차를 가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센터는 2년 만에 미국 생명공학 분야에서 유일하게 정보화를 시작했다.

그 결과 분자생물학과 생명정보화의 메카였던 영국과 유럽연합을 따돌리며 생명의료 및 유전자 정보 등 모든 문헌 정보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NCBI의 사례는 생명공학이 인터넷이라는 정보혁명을 만났을 때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세계는 지금 모든 과학 분야에서 정보화, 자동화, 대용량화의 과제를 안고 새로운 경쟁에 돌입했다. e-science 혹은 cyber-infrastructure는 단순히 연구 효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과학의 방법론 자체를 한 차원 높이고, 이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수십 배 높이겠다는 치열한 전략이다.

우리나라의 국가과학기술정보시스템(NTIS)은 국가 R&D성과를 종합적으로 통합 관리하는 미국 생물학 분야의 정보센터와 비슷한 개념이다. 국가 R&D 사업을 통해 창출된 연구 성과를 종합적으로 분석ㆍ관리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공동 활용하기 위해 2008년 3월 문을 열었다.

10개 부처ㆍ청이 연계한 국가 R&D사업 관련 시스템을 통해 약 31만 건의 R&D 정보를 기반으로 사업 관리, 장비ㆍ기자재, 성과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현재 R&D과제 및 현황 분석 정보 13만 건, 인력 정보 6만 건, 장비ㆍ기자재 정보 5만 건, 논문ㆍ출원 및 등록 특허 각각 1만 건 이상 등이 축적되어 있다. 특히 R&D 성과정보 서비스를 통해 논문, 특허, 기술료, 사업화 등 성과 통계를 종합 제공하고 있다.

NTIS의 활용폭은 점점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구보고서, 기술요약정보 등의 성과물까지 확보해 산ㆍ학ㆍ연 등에 제공할 계획이다. 각 부처 우수ㆍ유망기술을 풀(Pool)로 구축ㆍ관리해 연구원, 민간기업 등의 후속 연구나 사업화를 위한 개발 연구 등도 진행한다. 고객 관심 분야에 따른 SMS, 메일링 서비스 등을 추가해 수용자 편의성도 높일 계획이다.

국가 R&D정보센터는 정부가 지원하는 국가연구개발 정보를 무료 제공하고, 결과물을 공

동 활용해 국가예산 낭비 요소를 줄이고 시너지를 높이는 뿌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한 나라의 과학기술 연구는 밀폐된 연구실에서 벗어나 인터넷이라는 넓은 바다에서 자유로운 정보 결합, 정보 생성 등을 통해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빨리 IT인프라를 구축했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과학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IT인프라를 기반으로 하는 과학기술 하부구조 개선과 정보화가 중요한 요소다. NTIS는 정부가 선견지명을 가지고 20년 후를 준비하는 국가과학기술정보센터의 모습이어야 한다.

박종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물자원정보관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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