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어깨에 끈이 걸린 채 허공에 매달려 있던 로봇 '마루'는 전원이 켜지자 바닥에 발을 딛고는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두 팔을 들어 인사하듯이 흔들었다.
인기가요 '텔 미'가 흘러나오자 마루는 원더걸스처럼 손목을 꺾고 손등을 허리춤에 살짝 댄 앙증맞은 자세로 몸을 가볍게 흔들기 시작했다. 노래에 스텝을 맞추면서 팔을 들어 바깥쪽으로 내뿌리거나 상체를 좌우로 살짝 돌리면서 무릎을 굽히는 것이 원더걸스의 댄스 그대로다.
마루는 두 발로 걷는 인간형 로봇이다. 마루는 이어 양팔을 교대로 쭉쭉 내뻗는 태권도 기본동작도 몇 가지 선보였다.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태권도를 하는 로봇이 국내에 탄생한 것이다.
다른 휴머노이드에서 익히 보았던 기능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큰 기술적 격차가 숨어있다. 걸어가다가 서서 악수를 하는 식으로 상체와 하체를 따로따로 움직이던 기존 로봇들과 달리, 마루는 이날 걷는 동시에 두 팔을 움직이는 전신운동을 보여주었다.
일본 국립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의 휴머노이드인 HRP 정도가 춤 추는 동작을 선보였을 뿐, 국내에서는 처음 개발된 기술이다.
KIST 인지로봇연구단 유범재 단장은 "춤을 추거나 손을 흔드는 동작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동작이 아니어서 걸으면서 균형을 잡는 기술은 로봇동력학적으로 난제 중 하나"라며 "보다 유연한 동작을 보이는 AIST의 HRP에 비해 80~85% 정도의 기술력을 따라잡았다고 할 수 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마루의 전신운동은 사람과는 다른 신체적 특성을 가진 로봇에 맞게끔 사람의 행동을 변환시키는 알고리즘의 개발 성과로 나온 것. 현재는 유리창이나 식탁을 닦는 등 사람을 닮은 서비스로봇 개발을 목표로 연구가 진행중이다.
이날 KSIT의 또 다른 휴머노이드 '아라'와, 두 다리 대신 바퀴가 달린 '마루 엠'은 모션캡처를 단 사람의 동작을 실시간 그대로 따라 하는 모습도 시연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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