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학기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로 채용된 미국인 P(47ㆍ여) 교수가 임용된 지 두 주 만에 돌연 사직서를 제출해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르네상스 미술 전공자로 8월 말 정년 보장의 특전과 함께 전임 교수로 임용된 P교수는 지난달 중순 학교 측에 아무런 말도 없이 갑자기 미국으로 돌아갔다. 뒤늦게 사실을 안 학교 측에서 이메일을 통해 복귀를 종용했지만 그는 건강 악화, 한국 생활 부적응, 처우 불만 등의 이유를 들며 거절했다.
P교수는 이메일로 사직 의사를 밝히고 서명이 적힌 사직서를 우편 발송한 상태다. 학교 측은 사직서가 도착하는 대로 수리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서울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이번 일이 P교수의 개인 사정에서 비롯됐다는 추측을 내놨다. 교수 인사를 담당하는 교무처의 한 관계자는 "개강 초기만 해도 P교수는 '학생들이 영어 수업을 잘 따라오고 열의가 높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며 "서울대 생활에 불만을 느낄 만큼 오래 근무한 것도 아니니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과의 한 교수는 "학교 문제보다는 가족도 없이 혼자 한국 생활을 하며 정신적 스트레스와 부적응을 겪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P교수는 비서 역할을 했던 조교에게 "밤에 잠을 잘 못자서 심신이 피로하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외국인 교수가 한국 생활에 조기 적응할 수 있는 여건 마련에 소홀한 채 영입에만 신경 써온 대학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현재 70여 명의 외국인 교수가 재직 중인 서울대에선 언어, 주거, 행정 등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안 멕케이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한글을 모르면 연구 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힘들고, 비자 갱신하기도 너무 까다롭다"고 공개 지적했다.
학교 측도 "모든 준비를 다 마치고 외국인 교수를 임용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외국인 대상 학사ㆍ복지 서비스가 미흡함을 인정하고 있다. 한 교수는 "외국인 맞을 준비도 제대로 안돼 있는데 일단 임용하고 보자는 자세가 계속된다면 또 다른 P교수 사례가 생기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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