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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中기업 "타국살이 서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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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中기업 "타국살이 서러워"

입력
2008.10.14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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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기업)에 대한 색안경이 못내 아쉽죠."

타향살이의 설움은 비단 개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외국기업 역시 몰이해에 시달린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선진국 기업에 대해선 이유없이 고개를 끄덕이지만 신흥시장에 속한 기업은 우선 고개를 젓고 본다. 실적과 비전을 담은 각종 지표를 내놓아도 못 믿겠다는 반응이다. 우리 증시에선 중국 기업이 그런 대접을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은 현재 3곳. 3노드디지탈(스피커 등), 화풍집단KDR(섬유), 코웰이홀딩스(카메라모듈 등) 등 모두 생소하다. 그 때문인지 시장에서 홀대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주가가 너무 저평가돼 있다"고 하소연이다. 중국에 대한 일반의 편견이 기업으로까지 스며들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 이들이 마련한 타개책은 현지 기업설명회(IR)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시장침체 상황은 어쩔 수 없지만 기업 자체는 액면 그대로 봐달라는 기대가 숨어있다. 당연한 요구이자 그들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그들을 국내 증시로 초대한 국내 투자자의 몫이기도 하다.

화풍집단KDR(7월)에 이어 9, 10일 중국 현지에서 열린 코웰이홀딩스와 3노드디지탈의 IR을 찾았다. 이들이 한국과 인연을 맺도록 주선한 증권선물거래소가 IR을 주관했다. 두 곳 모두 실적과 성장, 비전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고, 현지 공장 역시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3노드디지탈은 '국내 증시 상장 해외 기업 1호'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다. 이제 상장을 넘어 사업부문도 한국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리유쯔슝 3노드디지탈그룹 회장은 10일 선전(深圳) 본사에서 열린 IR에서 "한국의 대기업, 중소기업과 다양한 사업 협력에 대해 논의하고 있고, 자체 브랜드 제품의 한국 진출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주력인 멀티미디어 스피커 부문에선 현재 삼성전자에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납품하고 있고, 추가 거래선도 조만간 뚫을 계획이다. 자체 브랜드의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해 한국 사무소도 지사로 바꿀 예정이다.

차세대 성장동력인 홈 네트워크 사업을 위해 자체기술 개발, 중국 내 건설업체와의 제휴, 미국 한국 등 글로벌 업체와의 협력 등도 모색하고 있다. 마그네슘 광산 인수 등 자원개발 사업에도 손을 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증시에선 자원개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게 사실이다. 코스닥 상장 국내 기업 중 본업엔 충실하지 않고 섣불리 자원개발에 나섰다가 투자자들을 골탕 먹인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리유쯔슝 회장은 "인수대금은 연말까지 모두 지불할 것이고 회사가 보유한 현금도 충분해 그런 우려는 기우일 뿐"이라며 "광산뿐 아니라 제련공장까지 인수했기 때문에 가치가 더욱 크다"고 해명했다.

코웰이홀딩스는 미국 일본 기업에 대한 납품 추진 계획을 강조했다. 조규범 코웰이광학전자유한공사(코웰이홀딩스 자회사) 상무는 "내년부터 기존 카메라모듈 외에 휴대폰 관련 응용제품과 광(光)부품 필터, 노트북용 웹캠 양산 등 신규사업을 계획하고 있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대폭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측이 제시한 실적 추정에 따르면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 3,724만달러, 196만달러로 지난해보다 악화한데 반해 내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 7,400만달러, 921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연내 중국 당국으로부터 고신기술(하이테크) 기업 인증을 받아 조세감면혜택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두 업체 모두 현재 주가가 실망스러운 모습이지만 "주가에 연연하지 않고 내실 경영과 실적 향상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바람은 딱 한가지였다. "중국 기업이라고 얕보지 말고 기업가치를 있는 그대로 봐주세요." 이는 해외 기업을 유치해 선진 시장의 면모를 갖추려는 우리 증시가 갖춰야 할 미덕이기도 하다. 중국 기업 4, 5곳이 연말까지 한국 증시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의 중국 기업 유치 목표는 50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선전ㆍ동관(중국)=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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