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핵 검증 합의와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로 북핵 협상이 좌초 위기는 넘겼다. 하지만 핵무기 폐기와 추가 검증 협상을 제외하고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이달 중순 6자회담이 재개돼 검증의정서를 채택하고, 실무협의를 거쳐 2009년 초부터 북핵신고서 내용을 본격 검증하는 과정에서 북한 미국 일본의 변심 가능성이 있고, 이와 관련된 기술적 문제도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우선 북한의 추가 요구 가능성이 최대 변수다. 북한은 12일부터 영변 핵시설 불능화 작업을 재개하겠다고 했지만 작업 완료에 2개월 이상이 걸리는 만큼 그 사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특히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폐연료봉은 불능화 과정에서 총 8,000개 가운데 4,740개만 꺼낸 상태다. 하루 최대 처리량이 80개 정도기 때문에 남은 3,260개를 다 꺼내는 데만 휴일 없이 40일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또 미사용 연료봉을 한국이 구입하는 문제 등 추가 협의 사항도 널려 있다.
게다가 북한은 추후 협상 과정에서 북미 고위급 군사회담이나 경수로 제공 같은 추가 요구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12일 "검증 문제를 (북측이) 앞질러 풀어 준 것은 조선(북한) 측이 금후 사태 진전에 대한 나름의 확증을 잡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북미 고위급 군사회담 개최를 통한 6ㆍ25전쟁 종전 선언 추진, 북미관계 정상화 의사를 미국이 북한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논의하게 될 북미 직접 대화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느냐가 관건이다.
미국 대선 결과도 큰 변수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직접 대화를 강조하는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가 11월 4일 대선에서 예상대로 당선된다면 북미관계는 순풍을 탈 가능성이 높다. 반면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가 역전승을 거둔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매케인 후보 진영은 "북한에 대한 압박이 더 필요한 상황"(9월 22일 토론회) "북한의 핵신고 내용을 완전히 검증할 수 없으면 대북 제재 완화를 지지할 수 없다"(10일 성명)는 입장으로 부시 행정부보다 더 강경해 보인다.
일본의 처신도 골칫거리다. 북핵 폐쇄ㆍ불능화 대가인 중유 100만톤 상당의 경제ㆍ에너지 지원 가운데 49만4,000톤이 아직 집행되지 않았다. 특히 일본은 자신들의 몫 20만톤을 북일 납치자 문제와 연계해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일본 몫을 대신 떠안는다고 해도 북한은 일본에게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려면 6자회담에서 빠지라"고 압박할 공산이 크다. 미국 일본의 강경론 득세 여부가 핵폐기 협상의 진전을 좌우하리라는 전망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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