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봉 등 지음/책과함께 발행ㆍ280쪽ㆍ1만2,000원
외피는 항간에 유행되는 명명 방식을 따르고 있다. 세종대왕을 '소통의 달인'으로 혹은 '리더십의 모델'로 부각시키는 역사소설의 제목 혹은 통속적 교양서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제목이다. 그러나 책장을 넘겨가면서, 책의 진지하고도 속도감 있는 전개에 독자들은 빠져 들어간다.
역사에서 전망까지, 굴자 그대로 한글의 '모든 것'을 조망한다.
한글은 집단 창작의 결과다. 한글은 왕실 구성원 뿐만 아니라 세종의 친위세력이라 할 수 있는 젊은 학자들의 공통 프로젝트였다는 입장을 책은 견지한다. 그 같은 대전제 아래 한글 창제의 동기와 목적 등을 밝힌 1ㆍ2부, 한글의 가치와 미래를 논한 3ㆍ4부가 이어진다.
책의 구성은 견결하다. 진지한 논의지만 일문일답식 전개 방식을 빌어 일반 독자의 관심을 유발하는 방식이 독특하다. 세종은 한글이 한자를 대신할 문자라고 생각했을까? ? 한번도 그런 생각을 안 했을 것이다, 그는 문자 창제 작업을 추진해 문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 한글은 왜 네모꼴인가? ? 한자 전자체(篆字體)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보화 시대 한글의 가능성은? ? 읽고 쓸 줄 아는 미국인은 전체의 79%에 불과하다. 발음 자체가 표기로 변하는 한글의 특성상 세계 공통 컴퓨터 등 디지털 시대의 총아로 등장할 것이다.
본문 틈틈이 마련한 5~8쪽의 읽을 거리가 색다른 별미다. '한글 외에 창제자가 밝혀진 문자가 또 있을까?' '일본에 한글을 닮은 글자가 있다는데?' 등 한글의 매력을 다른 차원에서 풀어헤친다.
한글이 그랬던 것처럼, 이 책 역시 집단 창작의 결과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과 교수, 시정곤 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부·문화기술대학원 교수, 정주리 동서울대 교양과 교수, 그리고 지난해 11월 병으로 작고한 박영준 부경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등 40대 중반의 고려대 국문과 대학원 동기 교수들이 2006년부터 2년 반 동안 함께 궁리한 결과다. <우리말의 수수께끼> (2002)를 필두로 이 책까지 모두 다섯 권을 냈던 이 팀은 이번 책을 임종 직전까지 병을 숨긴 고 박 교수의 열정 덕으로 돌렸다. 우리말의>
최근의 영어 몰입교육 논란과 관련, 최 교수는 "성공 지상주의가 팽배한 가운데 영어가 서열화ㆍ획일화의 도구로 등장했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그 폐해가 국어학계 쪽에서 제기된다면 괜한 오해만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니 양식있는 영어 교육자들이 지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3년 영문과 교수와 함께 영어교육의 문제점을 짚은 책 <한국어가 사라진다면> 을 통해 "영어 몰입교육은 교육 방법론으로써만 유효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어가>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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