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로 촛불 수배자들이 조계사로 피신해온 지 100일을 맞는다.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문제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조계사 담벼락과 도로를 사이에 두고 경찰과 수배자들은 물론, 불교계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9일 간간히 가을비가 내리는 조계사 대웅전 한켠에 마련된 천막 농성장에는 촛불 수배자 7명에 지난달 22일 합류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까지 모두 8명이 농성 중이다.
수배자들은 일단 "공안정국 해소 등 정부의 전향적인 조치가 없다면 입장 변화도 없다"며 여전히 강경한 분위기다. 하지만 농성 기간이 100일을 넘기면서 향후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기색이 뚜렷하다.
참여연대, 흥사단, 진보연대, 다함께 등 출신이나 성향도 달라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각론에서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박원석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은 "유모차 부대 수사 등 지금도 촛불에 보복하는 상황에서 자진 출두는 없다"면서도 "향후 진로에 대해서는 입장이 다른 부분이 있어 서로의 의견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조계사의 불편했던 관계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는 것도 수배자들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9일 조계사 경내에서 열릴 예정이던 '민주주의와 민생 위기에 대응하는 비상시국회의' 장소가 참여연대로 바뀐 것도 조계종 측의 반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역시 정부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수능을 앞두고 불공을 드리는 학부모나 불교단체 등 일각의 목소리를 간과할 수 없어 적잖은 부담이다. 조계사 관계자는 "대승적 차원에서 우리가 수배자들을 나가라고 할 수는 없지만 곤란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름부터 조계사 주변에서 24시간 진을 치고 수배자들의 동태를 감시하느라 진이 빠진 경찰도 힘들긴 마찬가지. 조계사 주변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경찰관들은 한결같이 "경찰로서 맡은 바 책무를 다할 뿐"이라면서도 "우리라고 왜 할 말이 없겠냐"고 말했다.
경찰은 24시간 3교대로 기동대원 30명씩 운영하다 이석행 위원장이 잠입한 이후 경비를 강화하면서 업무 강도가 더 높아졌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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