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금융위기를 면밀히 주목하고 있다."
저우원중(周文重) 주미 중국대사가 9일 금융위기의 진원지 워싱턴에서 이같이 말하자 중국이 현 위기의 소방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2조 달러에 가까운 외환을 보유한 중국이 무기력하기만 한 미국과 주요 7개국(G7)을 도와 위기의 불길을 잡으려 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8일 미국과 유럽 각국이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했을 때 중국이 동참하면서 이런 기대가 커졌다. 9월 15일 금리를 인하했던 중국이 한 달도 안 돼 재인하 조치를 취한 것은 전례 없다. 후샤오롄(胡曉練) 중국인민은행 부행장은 "글로벌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우리는 각국 중앙 은행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중국이 글로벌 경제의 이해관계자로서 건설적 역할을 다하겠다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중국 역할론 부상은 중국 개입 불가피성과 중국의 충분한 개입 능력이라는 두 가지 요인을 배경으로 한다. 중국은 1조 8,000억달러의 보유외환 중 1조 2,000억달러가 미국의 시장에 묶여 있다. 5,180억달러 이상의 미국 국채, 국유화된 주택보증금융사인 패니매, 프레디맥 등의 채권과 주식이 그 것이다.
여기에 무역 의존적인 중국 경제는 현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폐쇄적인 금융시장을 유지해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은 중국은 가용 실탄을 동원, 소방수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국제사회도 중국에 위기 해결 동참을 압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경제학자 올리버 브랑차드는 "시장은 유럽, 미국, 나머지 세계의 조율된 조치를 요구한다"며 중국의 역할을 촉구했다. 알렉스 파텔리스 메릴린치 분석가는 러시아의 아이슬란드 지원과 중국의 금리인하 동참 등을 거론하면서 "역사가들은 이번 위기의 구원은 이머징 마켓에 좌우됐다고 기록할 것이며 이들이 보유외환을 어떻게 쓸지에 따라 역사는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현재까지 개입에 소극적이다. 미국의 구제금융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2,000억달러의 미국 국채를 매입할 것이라는 일부의 예상에 대해 중국 당국은 "금시초문"이라며 시치미를 떼고 있다.
하지만 관측통들은 중국의 개입은 시간 문제일 뿐이며, 중국이 개입에 따른 보상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이 원하는 보상은 미국 유럽 등의 선진금융사들에 대한 주식취득, 국제금융기구 등에서의 발언권 강화 등 금융질서 내의 더 많은 지분이다. 중국은 보상정도에 따라 개입의 수준을 결정할 듯하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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